어느 정도 심리적으로 회복이 되고 나서 1년 동안 임용고시 준비도 하게 되었다. 대학 때 받은 교직 이수 자격증을 활용하기 위해서 내가 선택한 길이기도했지만, 부모님이 빨리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생활하기를 원하셨기에 급하게 마음을 먹고 그 길을 우선적으로 선택한 것이 문제였다.

충분히 쉬었고 회복이 되었다 생각했지만, 막상 공부 하면서 또다시 경쟁 사회에 적응해야만 하는 그 길이 결코 나에게 만족과 행복을 주지는 못했다.

다시 한번 좌절하게 되었고 실패의 수렁에 빠져 또 이리저리 정처 없이 떠돌았다. 그런데도 내가 놓지 않은 한 가지는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는 일이었다. 부모님과 주일 아침부터 피 터지게 싸워도 내 상황과 감정과는 상관없이 예배의 자리로 나가는 것만큼은 지켰다. 수요예배, 주일예배의 말씀을 들으며 나의 절망적인 상황이 아닌 나를 위해 죽기까지 사랑하신 그리스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게 되었다.

울기도 많이 울었고, 때때로 말씀으로 건네시는 위로도 받았다. 하나님이 가장 싫어하시는 우상숭배의 죄를 지은 나를 신천지에서도 건져내어 주셨는데 하나님이 지금까지 인도하셨으니 앞으로도 나를 지켜주시고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주시기를 울부짖으며 간절히 기도드렸다.

그렇게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나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계셨다. 넘어지고 아프고 도망치고 싶은 순간에서도 믿음을 포기하지 않고 그 순간까지 하나님께 매달리고 의지하려고 할 때 하나님은 내가 실패하고 넘어진 그 자리에서 하나님께서 직접 만져주시고 회복해가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나는 하나님의 계획안에서 하나님이 내게 약속하신 대로 그 약속을 이루어가시는 과정들을 하나하나 경험하기 시작했고, 그 모든 것들이 내게 주신 선물이자 은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처음으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얘기해본 적이 없었던 서로의 속마음을 꺼내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부모님도 어릴 적 당신의 부모님으로부터 사랑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자라온 이야기부터 그동안 나와 동생을 키우시면서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와 자식들 때문에 당신 자신의 삶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늘 강해 보이기만 했던 부모님도 야속한 세월에 어느새 하얗게 변한 머리카락에 처진 어깨와 약한 눈동자를 가지게 된 연약한 인간일 뿐이라는 걸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다.

내가 돌 무렵부터 부모님이 장사를 시작하셨기에 나와 동생 둘 다 친척 집으로 보내져서 지내야 한 적도 있고 항상 나는 어렸을 때부터 동생을 돌보아야 했고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했다. 일찍부터 참는 법을 알았고 투정 한 번 부릴 수 없었다. 오직 부모님의 기쁨이 되고 싶어서 늘 애썼던 나의 어린 날들의 이야기, 동생은 동생대로 누나에 대한 열등감에 기가 죽고 누나의 뒷바라지에 집중하는 그늘에 가려져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말하지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았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족 모두가 가슴 속에 쌓아 놓기만 하고 한 번도 얘기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토로하며 우리 가족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고 서로 부둥켜안고 펑펑 울기도 했다. 마음속에 묻어 두었던 각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용서를 빌며 쌓아두었던 상처와 응어리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놓고 약을 발라 싸매주었다. 그렇게 아주 조금씩 서로에게 닫혔던 마음을 열게 되고 무너졌던 신뢰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내가 신천지에 빠지기 전에 아버지와 나는 불신자였다. 아버지는 ‘나는 나를 믿는다’고 늘 말씀하시며 주먹을 내미시는 분이셨고, 나는 어렸을 때 엄마를 따라 교회를 다니기는 했었지만, 하나님을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엄마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교회를 다녔다.

하지만 상담을 받는 과정 중에서 아버지와 나는 복음을 듣고 예수님만이 유일한 구원자이심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어머니는 그동안의 나태했던 신앙생활을 점검하시며 자식을 우상 숭배했던 마음을 버리고 주님께로 돌아왔다. 다음 해 2015년 여름, 안산 상록교회 여름 수양회에서 부모님과 나는 세례를 받았고 아버지는 구원 간증을 하셨다.

지금은 내가 여러 교회로 간증을 하러 갈 때마다 부모님은 나의 든든한 운전기사이자 매니저가 되어주시고, 가족 구성원 중 누구보다 축복기도를 가장 멋지게 해주시는 분은 우리 아버지 집사님이시다. ‘실패’를 통해서 하나님은 내게 기다리는 마음을 주셨다.

나의 뜻은 실패해도 하나님의 뜻은 절대 실패하지 않음을 말씀으로 보여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모든 과거까지도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고, 실패하는 것처럼 내 인생이 보여도 의미 없는 시간은 절대로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경험, 모든 순간을 긁어 모아 나를 만드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깨달으니, 내가 살아온 어느 시간도 쓸모없는 시간은 없었다.

하나님의 섭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하나님의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었다. 실패로 인한 기다림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을 받게 되었고,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

그래서 나는 하나님께서 나에게 행하실 일들에 소망을 품고 오늘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하나님이 나를 어떻게 새롭게 이끌어가실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나의 약함을 인정하고 눈을 돌려 하나님을 바라보고 의지하게 될 때 하나님이 일하시고 나에게 힘주시며 그의 능력이 일하기 시작하신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셨다. 사도바울의 고백처럼 나의 모든 약함이 곧 나의 자랑이 되었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 내 능력은 약한 데서 완전하게 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무르게 하기 위하여 나는 더욱더 기쁜 마음으로 내 약함을 자랑하려고 한다. 앞으로도 나는 잘못하고 실패하고 넘어지고 다쳐도 하나님이 함께하시니 괜찮다. 하나님이 나를 통해 하나님이 꿈꾸시는 하나님의 위대한 일을 어떻게 이루어가실까를 기대하며 소망과 설레는 마음으로 믿음의 여정을 담대하게 걸어갈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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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강 한양대 국악과 졸업 2015년 신천지 탈퇴 후 안산상록교회 출석 CCM 찬양팀 ‘로페카멜로디’ 보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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