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사춘기를 지나 영적 성장으로

영적 사춘기를 지나 영적 성장으로

현대종교 | 조하나 간사

2021년 05월 20일 09시 23분 입력

거실 시계의 초침마저 소음처럼 느껴지는 모두가 잠든 한밤중입니다. 사랑하는 딸이 신천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어머니는 잠에 들지 못합니다. 3대째 이어져 온 믿음의 가정에서 자란 막내딸이 신천지인이라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미 가족을 속이고 신천지인으로 이중생활을 한 지 3년이 지난 딸은 신천지를 나올 생각이 없는 듯했고, 끝없는 거짓말에 서로의 신뢰는 바닥끝까지 추락했습니다. 지하철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딸의 귀가 시간은 늘 자정을 넘기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몇 번을 약속한 통금 시간을 지키지 못한 딸이 이해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딸의 반복되는 거짓말과 책임지지 못하는 말은 딸이 신천지인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너무 놀라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부모는 무작정 딸의 외출을 삼갔습니다. 딸을 신천지로부터 떨어뜨려 놓으면 이성적인 생각이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이틀 동안 집에서 못 나가도록 딸을 붙잡으면서 부모는 딸을 설득했습니다. 단지 부모와 딸만의 시간을 한 번 가져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신천지 모임과 예배에 나가야 했던 딸은 처음에는 울고불고 난리를 쳤습니다. 그러나 이내 단호한 부모를 보며 한 풀 기가 꺾이는 듯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모가 원할 때까지 신천지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혼자만의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어머니는 부모의 뜻을 존중해 준 딸이 고마웠습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딸이 지금 내 곁에 있지만 마치 내딸이 아닌 것 같았고,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딸을 잃어버릴 것 같았습니다. 하루 종일 아무 음식도 입에 대지 않은 딸이 안쓰러워 어머니도 함께 굶었습니다.

어머니는 딸이 걱정되어 잠을 이루지 못해 불이 꺼진 거실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딸의 방문이 열리더니 딸이 살금살금 어두운 거실을 지나 현관으로 걸어가는 것을 봤습니다. 어머니는 놀라 딸을 붙잡았습니다. 어머니가 거실에 있었던 것을 몰랐던 딸도 놀랐습니다.

어디서 찾았는지 딸은 발소리가 나지 않게 하려고 버선까지 신은 상태였습니다. 이 깊은 밤, 버선까지 신고 몰래 집을 나가려는 딸의 모습에 어머니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딸이 생각할 시간을 가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둘째 치고, 부모에게 들킬까 봐 몰래 집을 나가려 했던 그 모습에 충격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거실에서 일어난 한바탕 소란에 잠에서 깬 아버지도 어머니와 함께 딸을 붙잡고 울면서 밤새도록 이야기를 했습니다. 딸은 자기를 신천지에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감금이라며 자신을 신천지로 보내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부모는 딸이 감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상처가 되었습니다. 이게 무슨 감금인가라는 생각에 괘씸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딸을 보내면 영영 잃어버릴 것 같아 부모는 딸을 붙잡았습니다.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부모와 딸은 꼬박 밤을 새웠습니다. 부모는 딸에게 한번만 객관적으로 신천지의 교리에 대해서 검증해보자고 설득했고, 신천지의 꼭두각시가 아니라 스스로 신천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라고 했습니다. 점심을 먹은 후, 딸이 계속 주방을 서성였습니다. 딱히 주방에서 하는 일 없이 맴도는 것이 이상했지만 어머니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어머니는 딸이 싱크대에 있던 주방 세제를 먹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어머니는 소리치며 딸에게 달려들어 세제를 빼앗았습니다. 어머니의 비명 소리에 아버지까지 방에서 나왔고 이 광경을 보고는 또 한 번 충격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신천지가 무엇이길래 사랑하는 딸이 주방 세제까지 먹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세 딸 중에서 가장 똑똑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막내딸이 이렇게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에 놀람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아버지는 오히려 어머니에게 ‘그냥 내버려 둬, 저러다 죽으면 할 수 없지’라고 강하게 말했습니다. 겉으로는 강하게 말씀하셨지만, 딸의 건강이 염려되었습니다.

다행히 주방 세제는 천연 세제였고, 많이 먹은 것이 아니라서 별 탈 없이 지나갔지만, 옆에 있던 어머니는 너무 놀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신천지는 육체 영생을 주장하는 집단이라 신천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없지만, 이런 방법으로 부모를 놀라게 해서 119 구급차를 부르게 하고 그 틈을 타서 신천지로 도망가려는 술수가 부모 눈에 읽혔습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아이가 잘못될까에 대한 염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이제 어머니는 아이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아이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다음날 밤 딸은 다시 한번 가족들이 잠든 틈을 타 집을 나가려 하다가 잠귀가 밝으신 아버지에게 또 들켰습니다.

딸은 철저하게 가족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습니다. 사춘기도 없이 잘 자라주었던 아이가 영적으로 방황하는 것이 꼭 영적 사춘기를 겪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가 이미 이성을 놓아버린 것 같아 어머니는 초조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그 일주일은 어머니에게는 10년 같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막막했습니다. 이렇게 평생 딸을 집에 붙잡고 있을 수도 없었고, 그런다고 딸이 신천지를 탈퇴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딸을 신천지에서 나오게 하는 방법은 이단상담 밖에 없다는 것을 직감하시고 상담을 의뢰했습니다.

그리고 딸을 설득하여 상담실로 데리고 왔습니다. 딸은 신천지 교리가 진리임을 확신하기에 상담받는 것은 두렵지 않다고 했습니다. 딸이 두려운 것은 신천지 공식 예배인 수요예배와 주일예배를 8회 무단결석하면 신천지에서 제명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3년 넘도록 단 한 번도 신천지를 의심해보거나, 중립적으로 신천지 교리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는 딸의 이단 상담이 시작되었습니다. 딸이 아는 신천지의 일부와 신천지 신도들에게 가려진 신천지 전체를 비교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신천지가 100% 진리임을 확신하면서도 상담을 들으면서 딸은 ‘왜?’라는 질문이 계속 생겨났습니다.

신천지의 거짓된 사실 하나를 알게 되니 이와 관련되는 또 다른 거짓말이 눈에 보였고,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행보들이 줄지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신천지가 신천지 신도들에게 철저하게 감추고 가려놓았던 거짓말과 속임수를 알게 된 딸에게 신천지는 더 이상 천국이 아니었고, 오히려 하루속히 신천지의 생명책에서 제명되길 바랐습니다. 그리고 딸은 영적 방황 가운데서도 자신의 손을 놓지 않고 바른 복음과 교회로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신천지가 유일한 하나님의 장막이라고 생각하는 신천지에 있는 불쌍한 영혼들을 위해서 딸은 기도하고, 자신이 무엇으로 도울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누구보다 지독한 영적 사춘기를 지나온 딸이 참된 진리 되신 예수님의 복음으로 영적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부모님까지 딸을 되찾는 과정을 통해서 하나님의 은혜를 몸소 체험하고 이전보다 더 하나님의 일에 헌신하기 시작했습니다. 고통 가운데 함께 하셨던 하나님께서 그 고통이 지나간 자리에 가족이 함께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나아가게 하는 은혜를 주셨습니다. 온 가족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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