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는 교리상 절제와 금욕 등을 통해 욕망을 다스려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통일교 내 탈세 및 횡령 의혹이 제기되고 한학자 총재와 교단 주요 간부들이 해외 카지노에서 대규모 도박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신도들의 혼란과 반발이 증폭되고 있다.

2023년 일본의 주간지 「주간문춘」은 통일교 지도부의 카지노 도박과 관련된 수입·지출 보고서를 폭로했다. 미국 MGM 그룹이 2021년 8월 발행한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 12명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사용한 도박 자금이 총 약 9억 엔에 달하며, 실제 판돈 규모는 약 64억 엔, 한화 기준으로 600억 원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지노에서 도박 중인 한학자(출처:「주간문춘」)

 

문서에는 한학자 총재를 비롯해 정원주 당시 비서실장, 북미 대륙장 등 주요 간부들의 도박 승패 내역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고, 한 총재가 카지노 테이블에 직접 앉아 있는 사진도 포함되어 있었다. 통일교 측은 이와 관련해 현재까지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통일교는 교리에서 도박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통일교의 경전 『문선명선생말씀선집』에는 도박을 경계하는 구절이 곳곳에 나타난다.

이것은 도의 길을 파괴하는 거예요. 도박 같은 것, 그 다음에 주색잡기가 가정 파탄을 하는 놀음이에요.(『문선명선생말씀선집 353』, p.219)

술을 먹지 말고, 방탕하지 말고, 주색잡기예요. 도박하지 말라는 거예요. 이게 근본을 파탄시키는 놀음이에요. 사랑 문제는 가정을 파탄시키고, 도박은 사회를 파탄시킨다 이거예요.(『문선명선생말씀선집 320』, p.135)

하나님이 창조한 인간의 전통 중에 도박성이 따로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게임을 하든지 사람들이 도박을 합니다. 돈을 걸고 합니다. 도박성이 아주 타락의 주류사상이에요.(『문선명선생말씀선집 417』, p.129)

그러나 통일교와 카지노는 창립자인 문선명 총재 시절부터 이어져 온 통일교의 이율배반적인 오랜 전통이다. 『문선명선생말씀선집』에는 문선명과 한학자 부부가 실제로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해 도박을 즐긴 정황이 서술되어 있다.

어머니를 내가 라스베이거스에 안내해서 데려갔어요. (중략) 그다음에 나중에는 100달러짜리도 하고, 500달러짜리도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몇천 달러를 흘리고도 잃었다는 생각도 안 하더라구요.(『문선명선생말씀선집 308』, p.32)

탕감복귀하기 위해서 내가 그런 놀음을 한번 해야지요. (중략) 탕감법은 피를 흘려야 돼요. 부정입니다. 거기 가서 부정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라스베이가스에 대해서 훤하지요. 배후에 무슨 일이 있는지 전부 다 알아요. 애틀랜타 도박장에도 가끔 가는 거예요. 가지만 절대 앉질 않아요. 앉지 않고 뒤에 서서, 도박하는 사람 뒤에서 ‘야야, 많이 내라! 조금 내라!’ 하는 코치는 하지요. ‘너 많이 내면 돈 들어온다. 많이 내 봐!’ 그러게 되면 블랙 잭이 나오거든요.(『문선명선생말씀선집 204』, p.318)

이와 관련해 『통일교 원리비판과 문선명의 정체』에서 문선명의 장남 문효진의 전 부인 홍난숙의 수기 일부를 소개한 바 있다. 해당 수기에서 홍난숙은 문선명과 한학자 부부의 도박 행위를 목격한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상하고 있다.

그러면 왜, 「참가정」의 「어머님」 한학자는 코인이 든 컵을 흔들면서 한 장, 또 한 장, 열심히 코인을 스롯머신에 넣고 있는가? 자칭 「재림 메시아」 문선명, 이분은 성전에서 돈 바꾸는 장사꾼들을 내어 쫓는 신성한 남자의 후계자가 몇 시간이나 브렉쟉의 테이블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인가? (중략) 나는 죄의 소굴이라고 배워왔던 장소에 우리가 와있는 이유를 문 교주는 기꺼이 설명해 주었다. “「재림주」로서 죄인들을 구하기 위하여 그들과 함께 섞여 교제하는 것이 나의 의무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너는 내가 스스로 브락크쟉크의 테이블에 앉아서 도박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겠지!” 비타김이 대신 앉아서 문 교주가 그의 뒤에서 지시하는 것에 따라 도박금을 놓고 있다. “그러므로 나 자신이 실제로 도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겠지!”라고 그는 나에게 말했다. 비록 메시아의 입에서부터 나온 말이라도 15세의 어린 신부이지만 나에게도 괴변은 괴변이었다.(『통일교 원리비판과 문선명의 정체』, pp.235~236)

이렇듯 일련의 행위에 대해 문선명은 ‘도박을 직접 한 것이 아니며, 자신이 지시한 대리인이 실행한 것일 뿐’이며 ‘탕감복귀’를 위한 행위였다는 궤변을 펼쳐왔다.

문선명이 단순한 도박 참여를 넘어서 카지노 사업을 직접 구상하고 추진하려 했던 정황도 드러난다. 『문선명선생말씀선집』 361권에는 그가 제주도에 대규모 카지노 리조트를 조성해 외화를 벌어들이겠다는 계획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세계적인 명승지인 제주도에서 해보라구요. (중략) 그래 가지고 라스베이거스처럼 카지노를 만드는 거예요. 그러면 한국을 먹여 살리고, 일본까지…. 일본 돈, 미국 돈, 중국 돈, 소련 돈이 다 들어온다구요.(『문선명선생말씀선집 361』, p.108)

신도들에게는 도박을 ‘가정을 해하는 사회악’으로 규정하며 철저히 금지해 왔지만, 도박장을 운영하여 외화를 벌겠다는 사업 계획을 세운 것이다. 사업 대상이 외부인이라 할지라도, 누군가가 도박을 통해 돈을 잃어야 수익이 생기는 구조 자체가 교리와 배치된다.

신앙을 앞세워 고액 헌금을 요구해 온 정황이 여러 차례 드러난 통일교가 그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지도부가 사치와 유흥을 누렸다는 의혹은 신도들에게 깊은 좌절과 분노를 안기고 있다. 교리적으로 도박과 같은 세속적 쾌락을 엄격히 금지해왔지만, 자칭 참부모인 문선명 부부를 비롯한 지도자들은 그런 기준에서 예외처럼 행동해 왔다. 현재까지도 통일교 측은 이 같은 도박 논란에 대해 공식적인 해명이나 반성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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