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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통일교 해산 명령 후의 여파
예전과는 달라진 상황들 그리고 해결의 시작
현대종교 | 탁지웅 신부 sonar530@hanmail.net
2025년 06월 20일 08시 30분 입력

도쿄지방법원이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 결정을 내린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나고야TV가 판결에 불복하는 일본 통일교와 피해 신도 가족들을 취재, 보도했다.

다나카 회장, “법인격만 없어지는 가벼운 문제가 아니야”

 

▲‘천국에서 영원히 산다’라는 뜻의 ‘본향영생(本郷永生)’이 새겨진 통일교 무덤(출처: 나고야TV)

 

미에현 스즈카시(三重県鈴鹿市)에 있는 ‘중일본영묘원(中日本霊園)’에는 ‘본향영생(本郷永生)’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무덤이 있다. 본향영생은 ‘천국에서 영원히 산다’는 뜻이다. 이 무덤은 통일교 신도들의 무덤이다. 신도들은 무덤을 사용하기 위해 통일교에 약 30~40만 엔을 헌금한다. 그리고 묘비 비용도 추가로 필요하다. 4월 26일 이곳에서는 사망한 신도들을 추모하는 ‘합동 위령제’가 열렸는데, 신도와 그 친척들을 포함해 약 800명이 모였다.

 

▲일본 통일교 다나카 토미히로(田中富広) 회장(출처: 나고야TV)

 

일본 통일교 다나카 토미히로(田中富広) 회장은 해산명령이 법인격만 없어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나카 회장은 “법인격이 없어지면 무덤은 어떻게 되느냐는 문의가 들어온다”면서 “나도 묻고 싶다. 이 무덤은 종교시설에 있어서 중요한 자산으로 ‘통일교가 해산하면 종교법인격이 없어진다’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도쿄지방법원은 지난 3월, 고액 헌금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간과할 수 없는 규모의 피해’라며 통일교에 ‘해산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통일교는 판결에 불복하고 도쿄고등법원에 ‘즉시항고’했다. 해산이 가져올 혼란이 크다는 이유였다.

다나카 회장은 ‘신도들의 불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무덤 문제는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것으로 당대 신앙이라는 단계에서 끝나지 않는다”며 “관련한 어떤 방향이나 길도 보이지 않으니 신도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무덤을 갑자기 사용할 수 없게 되면 대혼란이 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단의 문제를 넘어 국민들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일교 신도 “무덤 이전은 불가”

 

▲법인해산 후 무덤 이전에 대해서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통일교 신도(출처: 나고야TV)

 

참석 신도들의 불안해하는 모습도 역력해 보였다. 한 신도는 “해산되더라도 무덤은 그대로 두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법인해산 후 무덤을 옮기는 것에 대해서 신도들은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이곳을 사용할 수 없게 되거나 그런 일이 생긴다면 걱정이다”, “매우 슬프고, 납득할 수 없으며 충격적인 일이다”, “지금 활동 중인 교회도 마찬가지지만 앞으로 교단이 해체될 때 교회나 무덤을 중심으로 형성된 커뮤니티 및 교단 신도들의 모임과 그 안에서 서로를 지지하면서 신앙을 키워온 이런 환경이 없어진다는 것은 걱정스럽고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신도인 어머니를 둔 아들이 말하는 ‘고액 헌금’

통일교 측이 해산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 속에서 아이치현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은 “해산 명령 결정은 당연한 일”이라고 환영했다. 그의 어머니는 60대의 신도다.

 

▲고액 헌금 내역이 적혀 있는 메모(출처: 나고야TV)

 

남성은 “어머니에게 해산명령과 현재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역시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서 “기분이 나빠져, 듣지 않으려고 하거나, 거리를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메모지 한 장을 기자에게 건넸다. 메모에는 ▲조상을 위령하는 ‘조상해원’ 300만 엔 ▲한국행 비용 20만 엔 ▲진주 12만 엔 ▲펜던트 50만 엔 ▲족보 12만 엔 ▲반지 18만 엔 등 고액의 헌금 실태가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피해 가족 “자녀의 저축으로 빚까지…”

어머니의 고액 헌금으로 인해 가정 내 불화가 생기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초등학생 정도 되었을 때 항아리를 구입하거나, 저를 두고 한국으로 가버리는일이 있었다”면서 “항아리는 70만 엔 정도였는데, 저와 동생이 용돈을 아껴 우체국 통장에 저축해 둔걸 몰래 사용해서 통장이 텅텅 비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 사실을 안 아버지와 친척들이 모두 격분했고, 가정에 불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고액 헌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남성은 “독촉장이 왔다”며 “아버지가 발견한 후 ‘이게 뭐냐’고 어머니를 추궁했더니 카드가 수십 장이 나왔다. 총액을 보니 600만 엔에 육박하는 금액이었다”라고 전했다. 어머니가 돈을 모두 통일교에 쏟아부었지만, 그것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빚을 졌던 것이다.

빚은 아버지가 다 갚았지만, 그 후 어머니와 별거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그는 “‘종교를 선택할 것이냐, 가족생활을 선택할 것이냐’라는 갈등 속에서 종교를 버릴 수 없어 일시적으로 별거 상태가 된 것”이라면서 “돈을 쓴 것 외에는 사과하지 않았고 나쁜 짓을 했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머니는 가족을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피해 가족 “해산 후에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아”

남성은 통일교 ‘해산명령’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해산한다고 해서 지금까지 헌금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도, 돈을 낸 피해자가 구제되는 것도 아니며 받은 피해는 그대로”라면서 “금전적 피해와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가를 뒤흔들 수준의 문제라는 인식이 있어야 해결할 수 있다. 신앙을 이유로 무엇이든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책임 추궁을 해야 한다”며 해산 후에도 이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일교가 신청한 시모노세키시 평생학습플라자 대관 불허 결정

한편 야마구치현(山口県) 시모노세키시(下関市) 마에다 신타로(前田晋太郎) 시장은 5월 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통일교가 신청한 시모노세키시 평생학습플라자 대관을 불허 통보했다고 밝혔다.

 

▲통일교가 신청한 시모노세키시 평생학습플라자 대관을 불허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마에다 신타로 시모노세키시 시장(출처: 「아사히신문」)

 

통일교의 종교법인격 해산을 명령한 3월 25일 도쿄지방법원 결정에 따른 조치였다. 시모노세키시 교육위원회에 따르면, 통일교 시모노세키 가정교회가 사용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마에다 시장이 3월 3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도쿄지방법원의 판결을 언급하며 “사법부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불허 방침을 밝혔다. 이후 건물을 관리하고 있는 시 문화진흥재단이 4월 30일 자로 사용 불허가 통지서를 시모노세키 가정교회에 우편으로 발송했다고 한다.

지난해 4월 시모노세키시 평생학습플라자에서 통일교의 ‘일임절(日臨節) 83주년 기념대회’가 열렸다. 후쿠오카시 시민단체 ‘통일교로부터 후쿠오카를 지키는 모임’ 등이 같은해 5월 시와 시교육위원회에 공공시설의 대관을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일임절은 문선명이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로 일본에 처음 입국한 1941년 4월 1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시모노세키시 평생학습플라자에서는 적어도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기념대회가 열렸었다.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공공시설의 이용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그동안 지방자치법을 근거로 사용을 허가했던 것이다.

후쿠이현(福井県) 후쿠이시(福井市)의회는 5월 9일 임시회의에서 통일교 및 유관 단체와의 단절을 선언하는 결의안을 다수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또한 지난 3월 도쿄지방법원이 통일교 해산 명령을 내린 데에 따른 반응으로 보인다.

결의문은 도쿄지방법원의 판단을 “후쿠이시의회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통일교에 대해 “공공의 복지를 해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단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 개개인은 물론 회파(의회 내 교섭단체)에서도 소속 의원이 관계성에 의심을 받지 않도록 일절 관여하지 않기로 결의한다”고 못박았다.

통일교의 종교법인격 해산명령에 의해 모든 상황이 바뀌고 있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 총격 사건을 계기로 해산명령이 내려졌다는 식의 논의는 주의해야 한다. 예전부터 통일교에 대한 문제가 종교계, 언론, 법조계,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들이 시정되지 않았다. 피해자를 방치했기 때문에 총격 사건까지 일어났다고 보아야 한다. 최종적으로 종교법인격이 해산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종결이 아닌 문제해결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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