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70%, 우리 몸의 70%를 차지하는 물은 가장 평범하고 흔한 물질이다. 그러한 물은 마케팅에 의해 더 나은 삶을 기대하게 하고, 몸의 건강을 지켜주는 신비한 물질로 인지하게 한다. 전시회를 통해 Better Life(배러라이프)를 향한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전략을 ‘최고수’로 표현한 노오경 작가를 만났다.
노오경 작가, 관심사
▲물의 마케팅 전략을 작품으로 표현한 노오경 작가 |
노오경 작가는 올해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국내 미술관과 협력한 교육 연구와 미술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젊은 작가이다. 노 작가는 사회적 교류에 기초를 둔 사회참여미술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적 이슈들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현장조사, 인터뷰, 워크숍을 통해 자료를 수집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노 작가는 지난 5월 29일에서 6월 12일까지 서울 강북구 아트스페이스그로브에서 첫 번째 개인전 For Better Life(배러라이프를 위하여)를 열었다.
전시회 주제, 배러라이프를 위하여
배러라이프의 의미에 대해 노오경 작가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배러라이프는 이상향적인 욕구, 믿음이 담겨 있는 단어이면서, 영단어를 한국말로 어색하게 옮기며 개념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표현했다. 더 나은 삶에 대한 이미지가 모순이고 어긋남이 될 수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노 작가는 배러라이프가 무엇인지 사람들에 따라 다른 생각, 추동하는 원리가 무엇이냐는 의문을 던진다.
배러라이프, 물을 믿는 사람들
▲최고수의 효능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표현한 작품 |
노오경 작가는 물에 관한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산방산의 약수터, 탄산 온천 근처에 군락을 지어 사는 사람들, 새벽 물로 목욕을 해서 무병장수한다고 말씀하시는 제주도에 계신 할머니 등 물에 대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또 JMS 월명수에 대한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이런 믿음을 갖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에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JMS를 탈퇴한 친구가 월명수를 경험했던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경험을 토대로 JMS 월명수를 비롯해 가치에 관한 이야기를 표현하는 적합한 소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 마케팅, 미혹의 수단1)
물은 가장 흔한 물질 중 하나다. 지구의 탄생과 함께 시작한 역사 속에서 물이 갖게 되는 이야기가 다양하게 존재하게 되었다는 게 노 작가의 생각이다. 물은 가장 흔하고 평범하지만, 물을 둘러싼 상상력, 유사 과학과 다양한 서사 부여를 통해 물의 가치를 특별하게 인식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강조한다. 노 작가는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물을 넘어선 메커니즘을 말하려고 했다. 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품을 감상하며 가치를 만들어내는 전략들, 이미지메이킹, 스토리텔링 등에 대한 고민을 이끌어내고 싶었다.
JMS 월명수, 고도의 마케팅 전략
노오경 작가는 처음 졸업 전시를 준비하면서 마케팅 전략이나 도시 미디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면서 특수한 소재인 물과 관련된 구체적인 현상들이 JMS 월명수와 연결이 되었다. 노 작가는 물을 향한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전략들의 사례, 탈퇴자 인터뷰, 미디어 자료 등을 9개월간 수집하면서 종교, 관광업, 경영, 상업 등의 맥락 속에서 이미지, 문구, 노출 빈도, 공신력 이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물 마케팅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불어 JMS의 월명수 마케팅 방식도 자본주의 원리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었던 것이다.
JMS가 월명수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약속하며 다양한 담보를 제공하고, 배러라이프에 대한 무구한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만들어 놓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본주의 마케팅 방식이나 스토리 메이킹과 굉장히 흡사했고, 그것을 작업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JMS에서 월명수를 신비의 물이라고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월명수의 구체적인 성분을 운운하며 마시고 누가 병이 나았다는 간증은 에비앙을 파는 것과 비슷한 맥락의 전략일 수 있는 것이다.
전시회 작품, 관전 포인트
노오경 작가가 이번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신경 쓴 부분이 있었다. 탈퇴자들의 이야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작가의 관점에서 보여줄 수 있도록 전시했다. 작가가 표현한 ‘최고수’는 검증되지 않은 치료의 효과를 자랑하고, 중년 이상에게 어필되는 이미지에서 젊은 연령대에 호소하는 전략까지 아우르는 홍보물을 표현했다. 또 JMS 탈퇴자들의 참여가 있었는데, 그들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었다. 전시회에 인터뷰 영상을 그대로 송출하는데 목소리를 변조하고,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했다. 조사한 참고 자료들에 충실히 기반하면서도 동시에 약수 판매 전략의 표면과 뒷배경을 같은 공간에 보여줌으로써 작가의 관점을 보여준 것이다.
노오경 작가는 JMS의 월명수 홍보가 주타깃 세대에 따라 유연히 대응하는 마케팅 기법을 보여주고 자본주의 원리와 상통하는 면모가 있어 놀랐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 작품은 JMS 월명수를 통해 건강하게 잘 살고자 하는 욕구가 다양한 메커니즘 속에서 합리적이지 않은 판단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JMS 신도들의 배러라이프 욕구가 마케팅과 스토리텔링에 현혹되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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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케팅(marketing)은 판매행위를 어떻게 구성하고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모든 일련의 행위를 포함하며…. 21세기 이후의 마케팅은 어떤 잠재적인 욕구를 자극하여 표면상으로 이끌어 내는행위나 동기로서 용어의 범위가 시장에서 벗어나 일상의 행위에서도 마케팅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였다. (The Commitee of the 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 『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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