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와 JTBC 탐사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은혜로교회 담임 신옥주씨와 400여 명의 신도들의 피지 집단 이주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 피지를 이 시대의 마지막 지상 낙원이라 믿고 있는 그들은 세상과 단절된 채 집단생활을 하며 지구의 마지막 때인 종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왜 종말을 외치며 피지에서의삶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은혜로교회 신옥주씨가 주장하는 교리

신옥주씨는 중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다 2013년도에 은혜로교회를 개척했다. 하지만 신씨가 주장하는 성경관은 기존 정통 교회와는 차이가 있다. 첫째, 성경의 해석 방법이 다르다. 특별히 성경에 나와 있는 단어를 각각의 비유적인 표현으로 설교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신씨는 2013년 9월 4일 설교를 통해 “비유가 아니면 주님은 말씀하지 않으셨다. 문자적인 기록은 모두 비유다. 못 믿으면 나가라” 등으로 비유에 대해 말했다.

둘째, 방언과 방언통역을 강조했다. 2013년 4월 28일 설교를 보면 “성경은 하나님이 하신 일이며, 방언(말)으로 되어 있다. 방언은 다른 사람이 못 알아듣는다”며 “성경적인 방언은 통역이 필요하다. 그 통역은 아무나 할 수 없으며, 내가 할 수있다”고 자신을 우상시했다.

셋째, 짐승의 표와 베리칩의 뜻을 왜곡했다. 신씨는 “666은 짐승 곧 사람의 숫자요, 7은 일곱 수로서 예수의 숫자이다. 8은 그리스도의 숫자”라며 “베리칩은 마지막 매매 수단이 될 것이다. 100% 믿을 순 없지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넷째, 신씨는 예수와 그리스도를 나누어 기독론을 왜곡했다. 예수는 육체(사람), 그리스도는 영(하나님)이라 주장하며 성경의 문자적인 기록은 예수의 일이고 그 뜻을 풀면 그리스도라고 말했다.(『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고』, 도서출판 세줄, 2009,p.53)

다섯째, 신옥주는 구약의 절기를 종말적인 시간표로 가르치며 지금이 추수 때라고 주장한다. 이외에도 종말론적 시대관과 다락방, 지방교회에서 사용하는 용어 등을 사용한다. 한편 은혜로교회 신옥주씨는 합신, 고신, 통합, 합동 측에서각각 이단, 참여금지, 이단성, 집회 참석금지로 결의한 바 있다.

왜 피지인가

이단들은 종말이라는 무리수를 신도들에게 던진다. 지구의 끝을 알리는 종말을 제시함으로써 불안감을 조성하며, 자신만이 유일한 생존자가 될 수 있다는 허황된 꿈을 심어주기 좋은 미끼이기 때문이다. 은혜로교회 신옥주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장차 온 세상에 임할 기근”을 대비해 식량을 비축하고 종말을 피할 수 있는 땅은 ‘피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여 400여 명의 신도들은 피지로 이주하여 살고 있다. 왜 신씨는 피지를 피난처로 삼았을까?

신씨는 창세기 10장 6절을 통해 의 후손(함, 구스)이 사는 땅 곧 남쪽에 있는 섬나라(피지)를 약속의 땅으로 여겼다. 2017년 11월 27일 “낙토를 멸시하지 말라, 아름다운 산업인 기쁨의 땅”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신씨는 시편 106편 4절과 예레미야 3장을 읽으며 하나님이 주신 약속의 땅은 피지이며, 피지를 비웃거나 비방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 약속의 땅은 직접 눈으로 봐야 한다며 피지로 이주할 것을 신도들에게 말했다. “환란을 피하려면 피난처인 남태평양 피지로 가야한다”는 신씨의 말을 메시아의 메시지로 믿는 은혜로교회 신도들은 집단생활을 하며 무임금으로 농사를 짓고 있었다.

400여 명이나 되는 신도들이 피지로 이주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피지는 특별한 이민제도가 없다. 하지만여러 가지 거주 허가 제도를 가지고 있다. 피지 이민국에서 요구하는 조건만 충족이 되면 거주할수 있게 된다. 특히 거주 사증(Resident Permit)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비영리 목적으로 머무르는 만 45세 이상의 신청자에게 발급하며 최소 3년간 피지에서 살 수 있게 해 준다. 학생에게는 큰 제안이 없이 학생비자-연구비자(Permits to Study or Research)가 발급된다. 은혜로교회 신옥주씨는 이를 악용하여 피지를 하나님이 약속한 낙토의 땅으로 세뇌해 이주를 종용했다.
 

▲피지 비자 발급 안내문(출처: 주 피지 대한민국 대사관 홈페이지)

타작마당, 종교의식인가 집단구타인가

낙토인 피지에서 행복한 삶을 기대하며 조국과 가족을 등진 신도들. 대기근에 대비하기 위한 일환으로 식량을 비축하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는 그들의 삶은 과연 어떨까?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그들은 집단생활을 하며 지냈다. 신도들은 자신의 재산을 교회에 위임한다는 각서를 쓰고 재산과 여권을 뺏긴 채 감금 생활을 하면서 열네 시간 넘게 일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는 또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그동안 행했던 말, 행동, 실수, 사건 등을 이야기하며 고백하는 시간을 갖는다. “여호와여 일어나소서 나의 하나님이여 나를 구원하소서 주께서 나의 모든 원수의 뺨을 치시며 악인의 이를 꺾으셨나이다”(시3:7)란 성경구절을 인용하며 마귀를 쫓아야 한다며 머리를 깎고1) 뺨을 맞으며 죄를 고백하는 의식을 갖는가 하면, 집단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일명 ‘타작마당’이다. 죄를 고백하는 당사자를 둘러싼 채 그의 이야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폭언과 함께 폭행을 가한다.

엄마가 딸을, 딸이 엄마를 때린다. 피멍이 들고 울음이 나와도 가만히 있어야 했다. 그들은 이를 종교의식처럼 행하고 있었다. 신씨는 마태복음 3장 12절과 누가복음 3장 17절 말씀을 비유로 풀이하며 선악을 가라지와 알곡, 쭉정이와 곡식으로 믿는 자와 믿지않는 자로 말했다. 이를 갈라내는 것을 타작마당이라 했다. 이 집단폭행을 이겨내는 자는 알곡이며, 믿는 자로 인정받는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를 통해 인터뷰한 전 은혜로교회 신도의 말에 따르면 “일만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서 노예처럼 지냈다. (피지에서) 너무 많이 맞았다”고 전했다. 타작마당은 종교의식으로 포장된 집단구타였다. 
 

 

▲타작마당 관련 영상 갈무리(출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피지 정치권과의 관계

은혜로교회가 피지 땅을 임대한 규모는 175만 ㎡, 약 53만 평이다. 라우토카, 사부사부, 난디, 수바 등 피지 주요 도시에 은혜로교회가 만든 12개 브랜드를 약 60여 개 점포에 입점시켰다. 사업의 크기가 상당하다. 어떻게 현지인도 아닌 외국인신분으로 가능했을까?

그 이유의 뒤편에는 신옥주의 아들 다니엘 김씨(한국이름 김정용)가 있었다. 그는 은혜로교회 농장인 그레이스 로드 팜과 식당, 카페 등의 사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그레이스 로드 그룹의 실소유주였다. 김씨는 피지 현지에서 사업을 벌이면서 피지 수상은 물론, 정부부처 장관과 관계를 맺었다. 이를 피지 언론은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이에 은혜로교회 사업은 짧은 시간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7월 26일 은혜로교회의 교리에 모순을 느낀 신도들(피지를 떠나려는)을 막기 위해 감금 및 폭행한 혐의를 받고 신씨가 구속됐다.

그 후 한국 경찰은 신씨의 아들 김씨와 관계자 5명의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피지로 급파됐다. 김씨를 포함하여 3명은 체포됐고 한 명은 국외로 도주하려다 체포됐다. 나머지 2명은 자수했다. 하지만 이들은 체포 이틀 만에 석방됐다. 인터폴에 따르면 “피지 법무부 차관과 경찰청 고위급 관계자가 회의를 거쳐 풀어 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팀과 인터뷰한 피지 정보국 요원에 따르면 “그레이스 로드 그룹은 어느 순간 정부와의 밀착 관계가 생겼다”며 “그들이 어디서 누구에게 자금을 받는지 조사할 때마다 한계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이단으로 결의된 은혜로교회가 세운 그레이스 로드 그룹이 피지 정부와 보이지 않는 유착 관계에 얽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지난 4월 피지 나부아 그레이스 농장에 피지 공화국 콘로테(Jioji konusi konrote) 대통령이 농림부 관계자등 수행원 50여 명과 함께 방문했다. 콘로테 대통령은 김씨에게 “75%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쌀 자급자족을 실현하는데 앞장서 줄 것을 요청한다”며 “피지의 농업뿐만 아니라 경제 발전을 위해 힘써줄 것”을 부탁했다. 이에 김씨는 GR(그레이스 로드)그룹의 수경재배 시설을 통해 다양한 먹거리와 채소 등을 공급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은혜로교회 GR그룹 그레이스 농장을 방문한 피지 대통령 (출처: 『기독일보 씨디엔』)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은혜로교회

은혜로교회는 이단으로 결의된 종교 단체이며, 피지라는 곳을 낙토로 여기며 그곳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거대 사업망을 조직하며 움직이는 그레이스 로드 그룹의 총수를 맡고 있는 신씨의 아들 김씨의 영향력 또한 피지 현지에서는 무시할 수가 없을 것이다. 정부와의 유착관계 또한 의심받고 있는 이 시점에 해외 언론에서도 은혜로교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비상식적인 행위와 신씨의 구속 관련 소식 등을 전하고 있었다.

CNN 온라인판은 지난 8월 5일에 ‘좌초된 파라다이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은혜로교회 신도 400여 명의 피지 정착과 그레이스 로드 그룹을 통한 현지 사업 확장 및 그레이스 로드 그룹의 현지 정치인과의 연루설, 신씨의 구속에 따른 여파 등이 그 내용이었다. CNN은 또 “그레이스 로드 그룹의 홈페이지를 보면 피지 총리와 GR그룹 회장(김정용)이 함께 등장하는 사진이 있으며, GR그룹 회장이 지난해 사업 성공과 관련된 상을 수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피지 현지 신문에서도 김씨와 관련된 사건을 보도했다.
 

 

▲해외언론에서 다룬 은혜로교회 관련 기사(출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그레이스 로드 교회 추종자들 긴급 체포”, “그레이스 로드 그룹 신도 노예 사건과 관련된 여섯 명의 관계자가 피지에서 구금되다”, “여섯 명의 한국인들 전원 석방” 등의 내용이다. 해외 언론들은 피지 정치권과 손잡은 은혜로교회 그리고 그레이스 로드 그룹의 삼각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은혜로교회 신옥주씨는 지구의 종말은 대기근으로 온다고 주장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피지를 낙토의 땅이라 미혹했다. 그리고 신도들을 강제 이주시켰다. 무임금으로 400여 명의 신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사업을 확장했다.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을 나이와 성별과 관계없이 타작마당이라는 이름으로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이 모든 것의 핵심 인물인 은혜로교회 신옥주씨는 현재 구속수감 중이며 그의 비선실세 아들 김씨는 체포 이틀 만에 석방되어 피지에서 농장과 그룹을 운영 중이다. 그들이 꿈꾸는 하나님이 약속한 낙토가 과연 있기는 한 것일까? 그들의 비뚤어진 자아상을 바로 잡기 위한 힘 있는 방어 체계가 시급함과 동시에 피멍으로 물든 400여 명의 피해자를 구제할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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