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마음에도 없는 전시대 봉사를 나갑니다. 전시대 옆에 서 있을 때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고 날 아는 사람이 있을까 봐 두려워 고개를 숙입니다.

재미도 없고 관심도 없는 형제자매들의 수다 판에 강제로 끼어 억지웃음을 지어봅니다. 한 신도가 저에게 좀 더 봉사에 자주 나오라고 격려하듯 이야기하며 이제 슬슬 정규 파이오니아(매달 70시간 포교활동하는 봉사)를 시작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합니다. 머릿속에서는 욕설이 난무하지만, 겉으로는 그저 웃어 보입니다. 봉사가 끝나면 다 함께 교제하고 재방문을 가자는 신도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도망치듯 장소를 벗어납니다. 숨 막히듯 괴로운 2시간이었습니다.

기진맥진하여 9시쯤 쓰러지듯 잠들었다가 귀신이 돌아다니는 가위에 눌려 발버둥 치듯 새벽 1시에 눈을 뜹니다. 세상은 고요하고 다시 잠이 오지는 않습니다. 낮에 저에게 파이오니아 등 여러 권유를 하며 격려랍시고 지껄이던 신도들의 모습이 떠올라 괴롭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기를, 파이오니아 하기를, 줌 집회 참석률을 줄이고 대면 집회에 더 많이 나오기를, 옷을 좀 더 단정하게 입기를, 머리염색은 피하기를, 이방인 친구와의 교제를 중단하기를 제게 바라고 요구하며 그것을 관심과 격려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약한 그리스도인을 돕는 자신의 장성한 태도에 뿌듯해하는 제 주변 모든 신도들의 태도와 말을 생각하면 할수록 몇 년이 흘러도 계속 분노가 치솟습니다.

증인을 그만두고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싶으냐 묻는다면 대단한 일은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습니다. 대단한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제게 무의미하기 때문이죠. 그냥 하루하루를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열심히 돈도 벌고, 열심히 놀고, 열심히 맛있는 걸 먹고, 때론 즐거운 공연을 감상하고, 때론 아름다운 경치를 보러 떠나며, 사랑하는 친구나 연인과 손잡고 늙어가다 어느 날 죽는 것. 그냥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가다 죽고 싶을 뿐입니다.

정말로 사랑 많은 신이 존재한다면 평범하게 때론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을 가엾게 여겨 어떤 식으로든 구원을 해주겠죠. 특정 종교에 속해있지 않는다고 모두 죽여버리지는 않겠지요.

증인을 그만두고 행복해질 것 같냐 한다면 그건 모르는 거지요. 인생이란 게 원래 행복하다가도 고통이 찾아오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좋은 일도 생기고 반복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분명한 건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살아가는 지금 저는 불행하네요. 그렇다고 여호와의 증인에 남아있는 가족을 저버리고 부모님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 무너지게 만드는 일을 할 용기도 없습니다.

탈관하여 무활동 중인 친구가 있는데 연락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무활동 한 지 8년 차인데 아직도 주 2~3회씩 부모님께 연락이 오고, 자녀가 진리를 하지 않아 겪고 있는 자신들의 고통을 친구에게 항상 쏟아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친구는 늘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지요.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조직 참으로 끔찍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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