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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토요일 시험 위법 판결과 여파 그리고 대응
종교적 문제 아닌 사회적 문제로 대응해야 피해 예방
현대종교 | 오기선 기자 mblno8@naver.com
2024년 06월 11일 09시 23분 입력

■ 안식교 신도, 토요일 시험 위법하다며 소송 그리고 최종 승소

■ 이단 단체의 종교적 교리 영향 미치는 소송 계속 이어질 것

■ 사회적 피해와 재원 낭비 등 사회 문제 인식 필요

대법원이 종교적인 이유로 로스쿨 면접 시간 조정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한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안식교 신도가 제기한 소송에서 학교 측의 불합격 결정이 위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면접시간 조정 요청을 거부한 학교 측의 결정이 ‘간접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2심 재판부의 결정을 인용했다. 종교적인 이유로 시험 일정 자체를 변경해 달라는 청구를 받아들인 최초의 판결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경-안식일 문제와 토요일 면접시험


전남대학교 로스쿨은 서류 전형에 합격한 임◯◯씨에게 면접 일정을 통보했다. 하지만 임씨는 시험에 응하지 않았다. 그가 안식교 신도였기 때문이다. 안식교는 금요일 일몰 후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안식일로 지키며 신도들은 세속적인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임씨는 학교 측에 일몰 후에 면접을 볼 수 있도록 순번을 맨 끝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지만, 학교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임씨는 면접시험에 응하지 않았고 학교 측은 최종 불합격 처분을 통보했다. 임씨는 “명백한 종교 자유 침해”라면서 ‘입학전형 이의신청 거부 처분 및 불합격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진행-주고받는 공방, 뒤집히는 결론


2021년 5월, 첫 변론이 열렸다. 1차 변론에서 양측의 주장은 극명하게 갈렸다. 학교 측은 “임씨만 일몰 후 시험을 치르게 하는 것은 입시의 공정성에 반할 수 있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씨 측은 “별도로 시험을 치르는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토요일 일몰 후 면접을 볼 수 있도록 순서를 맨 마지막으로 바꿔 달라고 배려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그해 9월, 광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임씨가 제기한 입학전형 이의신청 거부 처분 취소에 대해서는 각하 처분을 내렸다. 입학시험의 결과가 아닌 그 절차에 대한 변경을 요구할 신청권이 없다는 이유였다. 또한 불합격 처분 취소에 대해서는 기각 판결을 내렸다. 면접 일정 변경 거부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그로 인해 초래되는 기본권에 대한 제한의 정도가 ‘비례의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임씨는 즉각 항소했다. 이때부터는 안식교 한국연합회 차원에서 소송이 진행됐다. 이때 대형로펌 변호사가 선임됐다. 그만큼 이 재판이 안식교 차원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뜻했다. 한국연합회 행정협의회는 2심 재판을 위임받아 진행하기로 결정, 변호인단을 꾸렸다.

1심 판결에 대한 사실 여부와 양측의 증거 자료를 검토한 2심 재판부는 ▲안식교의 안식일 관련 교리 ▲국내외 사례 ▲타 대학 로스쿨의 토요 시험제 사실 확인 ▲매년 평균 로스쿨 경쟁률 및 정원 대비 면접 탈락 비율 등 추가 증거 자료를 요구했다.

2022년 8월, 2심 재판부는 학교 측의 불합격 결정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1심의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수학능력과 무관한 종교적 양심 때문에 최종 관문에 들어서 보지도 못하는 불평등이 발생했다”고 지적한 뒤 “이런 거부 행위는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한 간접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우회적 차별’이나 ‘사회 구조상 요소로 인한 차별’이 직접적인 차별보다 더욱 문제 되는 점을 고려할 때, 헌법이 선언한 평등 및 차별금지 내용에 간접 차별금지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번에는 학교 측이 항고하면서 소송은 대법원의 판단에 맡겨졌다. 소송은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사건으로 회부됐다. 전원합의체는 일반적으로 한 법원 소속 판사 중 일부로 구성되는 통상적인 재판부 대신 해당 법원의 판사 전원 또는 2/3가 참여해 사건을 심리하는 구성체를 일컫는다.

매우 복잡하거나 중요한 의미를 가진 재판일 경우, 또는 재판부에서 의견 일치가 되지 않을 경우 구성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4년 1월과 2월, 심리를 거친 뒤 장고에 들어갔다. 그 기간 안식교 대총회장 윌슨이 대법원에 종교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안식교는 전국적으로 합심 기도를 이어갔다.

4월 4일, 대법원은 “면접시간을 변경하기 위한 비용 또는 불편이 다소 증가한다는 이유만으로 면접 일시 변경을 거부함으로써 원고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받게 된 중대한 불이익을 방치했다”고 지적하며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위반했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전남대학교의 최종 패소였다.

 

▲대법원의 선고 후 안식교는 4월 26~27일 종교자유 안식일 특별방송을 실시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임◯◯씨와 변호사 등 소송에 참여했던 인물들이 나와 소송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출처:재림마을)

 

여파-인권, 자유 등 강조하는 이단들의 요구 계속될 것

종교의 자유. 더 크게 볼 때, ‘인권’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단 단체가 인권과 자유를 앞세워 교리적 문제를 법정에서 해결하려는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안식교의 토요일 시험 문제뿐만 아니라, 여호와의 증인이 제기해 얻어낸 종교적 병역거부에 의한 대체복무가 대표적이다.

이단단체들이 자신들의 교리를 강화하고, 신도들의 탈퇴를 막기 위해 해당 판례들을 들면서 다양한 소송에 나설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체복무제도처럼 법적인 문제가 해결된다면, 토요일 시험처럼 종교 규정에 위배되지 않고 시험을 치를 수 있다면, 신도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반길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로 인한 개신교, 일반인들에 대한 피해가 발생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판결로 인해 토요일 시험의 일부가 일요일 시험으로 대체된다면, 일반인들에게도 분명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다. 또한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생기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재원이 쓰이게 된다는 것이다.

소수 이단의 특수성을 인정하다 보니, 다수의 일반 시민이 겪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체복무제도의 경우 여호와의 증인이 아닌 일반 시민들은 역차별에 대한 가능성을 여전히 제기하고 있고,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복무 기간, 복무 강도가 비합리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복무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적인 갈등과 혼란이 생기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재원들이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이단전문가들은 단순히 종교적인 차원에서 이해하고 대응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안식교 출신 강경구 목사는 “이단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이단의 특수성이 법원에서 인정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이에 따라 개신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피해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목사는 “정통교회 간의 연합도 중요하지만, 자칫 종교 간의 싸움으로 비칠 수가 있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해 사회적인 혼란을 예방하고 다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연합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으로도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는 이단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 그리고 여러 판례로 인권으로 포장된 소수 이단의 특수성이 법원에서 인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명한 것은 종교적인 교리 문제로만 봐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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