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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신(現人神)의 퇴위와 즉위?
일본 텐노우의 퇴위와 즉위에 대한 일본기독교의 반응
탁지웅 신부 sonar530@hanmail.net
2019년 01월 30일 09시 59분 입력

나루히토 황태자의 남동생이며 현재 황위 계승 서열 2순위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는 지난 11월 30일 53세 생일을 맞이하여 기자회견을 통해 왕위 계승 행사 예산을 국비로 쓰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2019년 4월 30일 현재 텐노우(天皇: 일본의 한자를 한국식으로 읽을 경우 ‘텐노우’이라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텐노우란 말의 의미가 지나치다고 생각하기에 ‘일왕 또는 일본왕’으로 쓰기도 한다.

본지에서 는 일본어 원음을 음역한 ‘텐노우(てんのう)’로 표기함)가 퇴위하고 2019년 5월 1일 새로운 텐노우가 즉위하는 행사에 대해 국비가 아닌 텐노우 일가의 사적 활동 비용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즉위식에 대해 궁내청(황실 관계의 업무를 보는 정부조직)이 자신의 의견을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전했다.

이번 발언의 배경에는 황실안에서의 분열, 아베 정권에 대한 불만 등이 있다고 추정하는 가운데 정부 결정과 다른 견해를 표시함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내년의 텐노우 즉위식에 관해서 아키시노노미야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이유지만 일본의 기독교는 성명을 통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왕위 계승 서열 2순위인 아키시노노미야(출처:「산케이신문」

  

일본의 재일 대한기독교회는 2018년 4월 10일 다른 교단보다 빨리 ‘텐노우의 퇴위 및 즉위식 행사에 대한 정교분리에 관한 요망서’를 아베 총리에게 전달하였다. 황실의 사적인 종교 행사인 텐노우의 퇴위식 및 즉위식에 대하여 일본 정부가 ‘공적 성격을 가진 황실 행사’로 인식하여 국비를 지출하고 국가 3권의 책임자가 참석하는 것, 그리고 퇴위 및 즉위식을 신도의 종교 전통을 기본으로 행하는 것은 일본 헌법 제20조에 규정된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을 명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1990년 11월 12일 즉위한 현 텐노우

  

또한 ‘종교의 자유’는 민주 국가를 성립시키는 중요한 일본 헌법의 근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했다. 또한 과거 일본이 텐노우를 중심으로 한 국가 신도의 정신으로 무장하여 조선을 비롯한 아시아 침략 전쟁을 일으켰고, 재일 대한기독교회는 그 전쟁의 희생자이며 후손이란 것을 강조하며 ‘국가총동원’이라는 이름 아래 교회와 신앙의 존립이 위태로웠던 가슴 아픈 경험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텐노우의 퇴위 및 즉위 때에는 일본 헌법 제20조에 규정된 정교 분리의 법칙을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일본 최대의 개신교 교단인 일본기독교단은 아래와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2018년 8월 15일 일본 침례교 연맹 야스쿠니 신사 문제 특별위원회는 다른 점도 지적하며 항의를 표출했다. 그 내용은 특정 가계에서 태어나고 게다가 남자만 황위 계승권이 있으며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현재의 텐노우제도는 인권을 제한하고 있으며 법 아래 평등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위반하고 있다.
 

▲조선 신궁(新宮)에 강제 참배하는 학생들(1920)(출처: 민족문제연구소)

  

또한 텐노우제도는 다른 사람의 인권이 위협받는 현실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황실의 중요한 전통 행사라며 정부가 공금을 지출하여 행하는 다이죠우사이는 정부가 국민의 상징인 텐노우를 ‘현인신(現人神,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신)’으로 만드는 것이며, 그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교분리를 위반함과 동시에, 텐노우를 다시 교묘한 권위를 가진 존재로 만들어서 국민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지으신 ‘생명’이 존중되는 평화를 이 사회에 만들어내기 위해 기본적 인권, 국민 주권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텐노우의 퇴위 및 즉위식을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밖에 여러 기독교 교단과 단체가 텐노우의 퇴위 및 즉위식에 대한 반대를 표명하고 있으나 전체인구 가운데 1%도 안 되는 기독교인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행사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절대 텐노우체제의 제국주의 시대의 일본을 돌이켜 보자면 기독교와 상반될 수밖에 없었다. 기독교는 초월적 절대자인 하나님을 믿고 있으나 텐노우체제는 국가 신도를 통하여 기독교의 신마저 텐노우체제 밑에 두었고 텐노우를 현인신이라고 하였다.
 

▲텐노우 퇴위 및 즉위식 그리고 황태자 즉위 등 식전위원회에서 발언하는 아베 총리(출처: 일본 수상관저 홈페이지)

 

또한 기독교의 ‘사랑’과 ‘정의’에 어긋나는 침략적 전쟁으로 이웃의 것을 탐하고 시기하며 살인을 저질렀다. 그러나 그 시대의 일본 기독교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상반되지 않았다. 그 시대의 역사의식과 그리스도에 대한 복음의 이해가 결여된 것이다. 하나님의 공의(公義)와 사랑의 역사에 참여한다는 의식이 없었으며, 가난하고 힘없는 자에 편에 서지 않았고 정치와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고 불완전한 점을 바로잡는 파수꾼의 역할을 담당하지 못한 채 전쟁을 시인하고, 지지하고 승리를 위해 기도에 주력했다.

물론 당시 ‘절대 텐노우 체제하의 일본’이라는 것은 기독교의 입장에서 너무나 큰 벽이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책과 영합하여 정교분리라는 미명하에 상호보완 · 협력의 관계로 공존의 관계로 유지되어왔다. 결국 당시 일본의 ‘국가와 교회와의 관계’는 본래의 기독교가 제시하는 관계로 성립되어 있지 않았던 것을 반성하며 이번에 이러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제일 가까운 이웃 나라인 한국 기독교인은 일본에서 하나님의 공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기억하며 끊임없이 기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