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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th
탁지원 소장 takjiwon@hdjongkyo.co.kr
2017년 04월 07일 10시 24분 입력

 행복의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들이 열린다. 그러나 우리는 대개 닫힌 문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우리를 향해 열린 문은 보지 못한다.

                                      - 헬렌 켈러의 이야기 -

 

 

▲탁지원 소장
  본지 발행인

“그간 수고 참 많았어! 월간 「현대종교」야!”

46년, 1만 6790일, 40만 2960시간이 지나 500번째 월간 「현대종교」가 발행됐다. 모든 영광 하나님께 돌리며, 아울러 그동안 본지를 사랑해주시고 함께 해준 모든 분들께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하는 일 없이 역사와 연륜만 자랑하는 교회나 단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한껏 축하도 받고 싶고, 맘껏 자랑도 하고 싶다. 한 번 더 그간 수고한 모든 이들, 직원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독자들과 후원자 등 본지를 사랑해주신 모든 이들의 수고와 기도에 감사 인사를 전하는 바이다. 오래전 본지와 함께했으나 지금은 멀리 떨어져 있는 모든 이들에게까지.

 

그렇다고 오랜 시간 들떠 있을 수만은 없다. 기독교잡지협회 회원사인 월간 「새가정」과 「기독교사상」은 올해 700호를 맞이한다 하고, 그보다 더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잡지사도 많으니 아주 잠깐만 들떠 있다가 기쁨은 잠시 묻어두고 치열한 영적 전쟁의 현장에서 다시금 최선을 다하련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 사역을 감당해야 할진 잘 모르겠다. 600호, 700호를 넘어 1000호까지 책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싶지만 그렇게 되진 않았으면 한다. 그저 딴생각 말고 당장의 사역(의 후반전)을 잘 마무리할 수 있길 소망할 뿐이다.

 

영화 <핵소 고지>와 <사일런스>를 통해 본 종교와 삶의 작은 고찰


1. 영화 <핵소 고지>는,
안식교 신자 데스먼드 도스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보여준 영웅적인 활약상을 재현한 전쟁영화이기에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은 안식교의 병역거부 영화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는 어릴 적 트라우마로 무기를 손에 들지 않겠다는 신념을 가진 그가 국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오키나와 전투에 의무병으로 참전해 부상병 75명을 구출해낸 사실에 기인해 제작됐다(마지막 장면에는 실제 도스의 생존 당시 영상이 꽤 길게 삽입돼 있기도 하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좀 더 넓고 깊게 생각해봐도 실제 사실에 기초해 만들었고, 전장에서 수많은 이들을 구해낸 전쟁 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평이다. 평론가들은 전쟁과 평화에 대한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고민과 메시지는 부족하다고 일침을 가한다. <라이언일병구하기>부터 시작된 전쟁 영화들의 세밀한 전투의 묘사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돋보이긴 하나 이번 영화는 안식교에 대한 홍보를 넘어서진 못했다.

 

2.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 <사일런스>는,
천주교 신부들의 배교와 순교를 다룬 영화다. 일본 작가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1966)을 각색한 작품으로 17세기 포르투갈 출신 예수회 신부 페레이라가 에도 막부 시대 일본으로 갔다가 선불교로 개종한 충격적인 실화를 뼈대로 그 위에 이야기를 덧입혔다. 영화의 전반적인 구성은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떠오르게 한다. 주인공인 로드리게스 신부와 가루페 신부는 소문으로만 떠도는 페레이라 신부를 직접 만나기 위해 가톨릭 박해가 극에 달한 일본을 찾아 끔찍한 광경을 목도한다. 스콜세지는 이 작품을 애초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1988)의 속편으로 기획했지만, 제작이 계속 미뤄지다가 거의 30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주인공인 앤드류 가필드는 고통받는 일본 신자들과 응답하지 않는 신 사이에서 고뇌하는 신부의 모습을 애절하게 표현했다. 촬영은 4개월간 일본이 아닌 대만에서 진행됐는데 가필드는 하루 3시간만 자는 강행군으로 산을 오르고 태풍을 견딘 끝에 몸무게가 18kg나 빠졌다고 한다.

 

3. 흥미로운 점은 두 영화 모두 종교적인 신념이 강한 남자가 일본에서 고군분투하는 내용이고, 또 하나는 두 영화의 주인공 모두를 무신론자인 앤드류 가필드란 배우가 연기했다는 점이다. 이 배우를 눈여겨 본 두 거장, 멜 깁슨과 마틴스콜세지는 2014년 그를 나란히 차기작에 캐스팅했다. 공교롭게도 가필드는 실제 무신론자에 가깝지만 <핵소 고지>에선 제2차 세계대전 오키나와 전투에서 집총을 거부한 안식교 신자, <사일런스>에선 17세기 선교를 위해 일본으로 간포르투갈인 예수회 신부를 연기했다.

 

아무튼 우리의 종교와는 다르나 이들 영화가 기성교회에 던져주고자 한 메시지를 우연찮게 생각해보며 도전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크리스천으로서 ‘앞만 보고 살다가 가끔 뒤돌아봐야 할 때를 놓치며 살지는 말자’ 정도의 다짐은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단들도(또는 세상 사람들도) 이 땅에서 나름 열심히 믿고 사랑하며, 또 섬기고 나누며 살고 있건만 평안할 때건 작금의 혼란스러운 때든 간에 ‘빛과 소금’의 역할보다는 정치와 물질 등에 휘둘리며 제대로 된 믿음과 신앙의 삶을 살지 못하는 교회와 기독인들이 적지 않다는 것과 그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어떠한 대안을 마련할지에 대한 고민과 실천의 문제까지 그 짧은 시간 안에 생각하게 됐으니 그 경각만큼은 감사히 받아들이고 싶다. ‘가짜는 진짜같이, 그리고 진짜는 가짜같이’의 삶을 부끄러워해야 함에도 이젠 그 부끄러움조차 잊고 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단과 세상을 거울삼는 일들이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디 ‘예수의 얼굴’이 아닌 ‘예수의 마음’을 품고 살 수 있길, 총알이 빗발처럼 쏟아지는 전쟁터든 지금의 혼란한 영적 전쟁에서든 한 영혼의 소중함을 지켜내는 그리스도인으로 살길, 이 시대가 예전처럼 순교와 배교 사이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배교의 편에 기울어지지 않도록 더욱 중심을 잡고 살아갈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하고 또 소망해 본다.

 

4. 영화를 통한 마지막 흥미로운 점은 <핵소 고지>를 다룬 「오마이 뉴스」 기사 중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주인공인 영화가 아카데미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음향편집상과 효과상을 수상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이 병역거부자는 미군에서 수여하는 무공훈장을 받았다고 한다. 무공훈장과 병역거부자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만큼이나 흥미로웠던 건 이 영화의 감독이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알려진 멜 깁슨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병역거부를 가장 심하게 반대하는 세력이 보수 기독교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아주 보수적인 가톨릭 신자인 영화감독이 여호와의 증인 병역거부자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셈이다. 흥미로운 여러 조합에 대한 기대를 안고 <핵소 고지>를 봤다”는 부분은 기독교 신앙에 근거한 병사를 중심으로 한 전쟁 영화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가 영화관을 나설 때면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도 있음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멜 깁슨의 종교는 개신교가 아닌 로마가톨릭이기에 ‘가톨릭’에서 바라보는 ‘이단’의 문제를 생각해보면 ‘기독교’와 ‘이단’이 아닌 ‘가톨릭’과 ‘이단’으로 수정을 해야 하기에 기사의 인트로 부분은 이유 없어 보인다. 가톨릭을 대하는 한국교회의 입장은 아직까진 부정적이고, 또 가톨릭의 관점을 통한 이단 문제는 최근 한국 가톨릭의 신천지에 대한 문제 제기 외에는 없었기에 그 부분에 대해 논하기보단 병역 거부의 문제를 마지막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5. 그간 병역거부의 문제는 여호와의 증인에게만 해당하는 줄 알았다. 안식교도 이와 비슷한 입장이 있다는 것을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알게 됐다. 물론 과거에는 여호와의 증인과 안식교가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했지만 이후 정부에 서는 안식교 신도들을 비전투부대에 근무하게 했고, 지금은 대부분 여호와의 증인에게만 병역거부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평화활동가 김승국은 병역거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안식교의 입장은 병역 혹은 군 복무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무장 전투 요원으로의 군복무’만을 거부하는 것, 즉 ‘비무장 전투원 군 복무의 입장 (noncombatancy) ’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입장은 “애국적 집총거부”, “양심적 협조”, “양심적 무장거부”라고 불리기도 한다. 안식교의 입장은 ‘전투행위에 대한 양심적 병역거부(noncombatant CO)’로 분류할 수 있다. 물론 양심적 병역거부는 논리적으로 당연히 집총거부를 포함하며, 집총거부야말로 양심적 병역거부의 핵심 요소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인식을 위해서는 때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집총거부’와 ‘병역거부’를 구분해서 접근하는것이 유용할 것이다. 실제로 병역거부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 단순한 집총거부자의 경우에는 총검을 이용한 군사훈련과 전투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권리 즉 ‘비무장 요원으로 군 복무를 할 권리’를 추구하는 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처음부터 ‘대체복무(alternative civilian service)의 권리’를 추구하게 된다. 안식교 신자들은 군복무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무장 전투요원으로의 군복무’만을 거부하는 것, 즉 ‘비무장 군복무’를 추구하는 데 비해, 여호와의 증인은 군복무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본지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취지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종교의 신념 부분의 본질에 대해 조금 더 꼼꼼히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지난번 본지가 제기한 것처럼 종교적 신념 아래 ‘양심적 병역거부’를 행사하고 수감생활을 택하는 여호와의 증인들이 자칫 병역을 거부한 조건으로 수감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죄의 대가를 치르는 ‘죄인’임에도 타 재소자들보다 죄가 가볍다며, 수감생활 중 편의를 누릴뿐더러 관규까지 위반한다는 제보를 받은 부분을 가볍게 간과하긴 어렵다.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가 종교적신념인지, 또는 특혜적 도피인가에 대해서도 정부의 관련 기관에서 제대로 살펴볼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안식교의 여러 상황을 좀 더 세밀히 관찰해야 할 과제까지 안겨준 이번 영화관람은 보통 때처럼 편안한 재충전은 되지 못했지만 좀 더 열심을 다해 ‘진리가 진리임을 선포하며’ 살아야 할 동기부여와 새로운 과제를 안겨줬기에 나름 감사한 마음이다.

 

진짜와 가짜 

 

“소장님을 만난 것이 벌써 20년 전이네요. 청소년 때에 강의를 듣고 다른 것은 잘 기억나진 않지만 ‘세상에 가짜가 있다는 것은 진짜가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지금껏 잊히지가 않았습니다. 결국 그 진짜의 확신을 안고 목사가 됐고, 다시금 제자들에게 이단 강의를 듣게 하기 위해 소장님을 초청하게 되었네요.”

 

지난 겨울 사역이 끝남과 동시에 몸은 더 쇠해졌지만 가끔씩 건네주는 이런 고백과 참여가 힘이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46년의 사역과 통권 500호를 가능케하지 않았나 싶다.

 

가끔 닫힌 곳들을 열고자 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열려있는 곳들을 바라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하겠다. 그러나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아직껏 닫혀있는 세월호의 문제는 무조건 열려야만 할 것이다.

 

월간 「현대종교」 500호를 축하합니다!!!


「현대종교」가 드디어 500호를 발간했네요. 이런 기쁜 일을 같이 축하하지 않는다면 말이 안되죠! ^^ 신학교 시절부터 지금 청소년사역의 현장에까지 이단에 관한 모든 문제는「현대종교」의 도움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으니 작은 응원과 축하의 마음을 전해봅니다. 
                                             징검다리 선교회 임우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