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일본에서도 종교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이 집중되었다. 특히 한국의 신천지와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한 모임에서 클러스터(집단)가 발생한 문제는 전 세계에서 연일 보도되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종교 행사나 예배 장소가 클러스터 감염원으로 보고되었다.
인도와 말레이시아는 이슬람의 시설에서 이스라엘은 유대교 시설에서 클러스터 감염이 발생했다. ‘모이는’ 것은 인간의 사회생활의 중요한 기반이고, 많은 종교에도 중요한 기반이다. 이야기를 나누고, 만나서 함께 기도하고, 함께 웃고, 함께 슬퍼하는 것은 종교에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종교의 공통적인 행동에 대해서 코로나19는 근본적인 제한을 가했다. 일본의 종교계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의 기존 종교단체뿐만 아니라 신흥종교단체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도쿄 신주쿠구 시나노마치에는 널리 알려진 일본 최대의 신흥종교 단체인 창가학회(創価学会)의 본부가 위치하고 있다. 주말이 되면 많은 신자들로 붐비는 성지이지만,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한 3월부터 침묵하고 있다.
창가학회는 2월 17일 신종 코로나19 감염 방지 대책으로 본부 시설의 폐쇄와 교단 행사의 중지 등 각종 정책을 결정하였다. ‘좌담회’라고 하는 지역의 창가학회의 신자들이 모이는 작은 집회까지 중단되었다. 회원 수가 827만 가구라고 하는 거대 교단은 지금 미지의 병원균 앞에서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고 있다.
어떤 창가학회의 중견 간부는 어두운 표정으로 “저희가 일본의 ‘신천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종교 단체의 행사는 대개 어디서나 많은 신자가 교단 시설 등에 모여 독경을 올리고 함께 기도하는 것입니다. 클러스터 발생에 최적 조건인 3밀(밀폐, 밀집, 밀접)을 충족하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종교행사를 벌이고 클러스터가 발생한다면, 사회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고 교단의 존속을 생각해야 하는 위기가 올 것입니다. 종전대로 활동한다는 용기를 가진 단체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프레지던트」 온라인 4월 13일 자를 통해서 밝혔다.
이러한 각 교단 지도부의 판단은 확실히 타당성이 있을 것 같지만 평신도 측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뭔가 석연치 않다”고 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창가학회가 1945년 이후 급성장기에 슬로건으로 활발하게 부르짖던 것은 ‘가난, 질병, 분쟁으로부터의 해방’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질병을 해방시켜주는 것이 창가학회의 사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가학회의 지도부는 모이지 않는 방향으로 재빨리 움직였다. 일본의 여당인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이루고 있는 공명당의 모체인 창가학회가 정부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Save Lif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홈페이지에서는 Save Life 프로젝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Save Life 프로젝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대를 방지하고, 감염자, 중병환자, 사망자를 한 사람이라도 줄여 한시라도 빨리 사태를 종식시켜 경제활동, 문화활동,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감염폭발 방지와 의료붕괴를 방지하는 열쇠는 교류나 행동이 활발한 ‘젊은이’입니다. 젊은 세대끼리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고 ‘사회적 거리’ 전략(social distancing)의 중요성을 호소하겠습니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올바른 행동의 계발을 위해 노력합니다. 창가학회 청년의사회의와 청년평화회의가 공중보건 전문가인 도쿄 의과 치과 대학의 후지와라 다케오 교수(의학 박사)의 지도하에 기획 운영하고 있습니다. 창가학회뿐만 아니다. 입정교성회(立正佼成会)와 신뇨엔(真如苑), 생장의 집(生長の家), 세계구세교(世界救世教)등 일본의 주요 신흥종교 단체는 2월부터 3월에 걸쳐 차례로 교단 시설 폐쇄 및 주최 행사 중지 등을 발표했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쳤던 3월 하순에 정상활동을 하고 있는 교단은 거의 없었다.
불교계의 신흥종교 입정교성회를 창시한 교조 니와노 닛쿄우(庭野日敬)와 신뇨엔(真如苑)이라는 신흥종교의 창시자 이토우 신죠우(伊藤真乗)는 각각 나가누마 묘우코우(長沼妙佼)와 이토우 토모지(伊藤友司)라는 영적인 힘을 갖고 있다는 친구를 두고 있다.
그 ‘신비의 힘’으로 신자의 질병을 치료하고 교단의 세력을 확대해왔다. 또한 신도,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신흥종교 생장의 집(生長の家)의 설립자인 타니구치 마사하루(谷口雅春)는 “인간은 하나님의 아들, 본래 병이 없다”라는 것을 항상 주장해 왔었고, 기독교적인 교리를 갖고 있기도 한 세계구세교(世界救世教)의 교조인 오카다 모키치(岡田茂吉)는 손바닥을 머리 위에 올려놓으면 병이 치유되는 ‘안수 계열 신흥종교’의 시조이다. 즉 일본의 신흥종교 단체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 대부분이 ‘질병 치료’를 내세워 발전하고 세력을 확대해 온 역사가 있다.
“교단에서 클러스터를 발생하지 않기 위하여 각종 행사를 취소한다는 방침은 의학적으로 올바른 것이며, 그 자체에 반대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러나 도대체 무엇을 위한 종교인지 의문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믿어온 것인지 의문을 느끼게 됩니다”라고 생장의 집의 신자는 「프레지던트」 온라인 4월 13일 자를 통해서 전하였다.
또한 계속되는 종교활동 자제로 인해 각 교단의 재정은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일본의 신흥종교단체의 대부분은 정기적으로 납부하는 회비의 액수가 그다지 비싸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입정교성회의 회비는 한 달에 100엔이고 신뇨엔은 한 달에 200엔이며 창가학회는 원래 회비라는 개념이 없다.
신흥종교단체의 대부분은 큰 행사나 본부교회 등에 참배할 때 회비와는 다른 헌금을 바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모이지 않으면 헌금이 줄고 재정 상황이 심각해지기 때문에 종교활동의 자숙기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있다. 많은 신흥종교단체가 코로나19와 ‘자숙의 싸움’을 강요당하고 있는 가운데 열심히 활동하는 신흥종교단체가 있다.
여러 종교의 가르침을 혼합하고 편협한 민족주의를 내거는 ‘행복의 과학(幸福の科学)’이라는 교단이다. 교단의 공식 홈페이지를 봐도 코로나 관련의 ‘자숙’이라는 단어는 게재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최근 행사 및 세미나 초대 등이 매일 업데이트되고 있다. 교단 최고 지도자인 오오카와 류우호우(大川隆法)총재도 신자들에게 “코로나19로부터 몸을 지키는 ‘신앙백신’이란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 등의 설교를 하고 있다.
생장의 집의 신자는 행동력이 있는 그러한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고 전했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람들이 종교에 매달렸고 종교도 그들을 위로해주었던 역사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병을 치료하려고 종교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종교 단체가 활동을 중지하고 있는데 앞으로 종교의 존재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제 세상은 종교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세계를 휩쓸고 있는 미증유의 바이러스는 세상의 종교 지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의문이다. 또한 사회의 시선은 이번 코로나19의 감염 확대를 뭔가 의미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종교계의 태도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을 것이다.
과학적으로 바이러스는 아무런 특별한 의미가 없다. 따라서 이 전염병을 ‘천벌’과 ‘시련’으로 파악하는 것은, 과학적이고 세속적인 가치관으로 보면 비논리적일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한 것으로 비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여 세계보건기구(WHO)는 종교 지도자들에게 종교의례나 행사의 구체적인 제언을 하고 있다. 또한 유엔사무총장도 코로나19로 인해 첨예화되고 있는 차별과 폭력에 대해 종교 지도자가 메시지를 선포하도록 호소했다.
즉 사회가 종교에게 원하는 시기적절한 메시지나 활동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에 재차 부각된 것이다. 하지만 다른 분야의 많은 지식인이 이 난국을 하나의 전환점이라고 말하듯, 종교 또한 이 기회를 새로운 시대로 “탈피”하는 기회로 포착할 수도 있다. ‘포스트 코로나’는 종교에게 새로운 지혜를 요구할 것이다.
물론 종교는 세상을 뒤덮는 병의 의미에 대한 사색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새로운 일상’을 전제로 업데이트된 구원의 비전을 선포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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