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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다
현대종교 | 탁지원 소장 takjiwon@hdjongkyo.co.kr
2023년 09월 01일 08시 49분 입력

나라마다 그 나라의 말을 모두 꿰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직업적인 습관 때문인지 위의 글자를 접했을 때 먼저는 오자 여부를 생각했다. 그러나 순우리말로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라는 뜻으로 아주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란다. 본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말 같은데 아무튼 공부는 끝이 없는 듯싶다.

아울러 대부분 나라의 이름을 다 알고 있거나 어떻게든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 같았는데 지하철 광고판을 보다가 ‘몰타’라는 나라를 생전 처음 알게 됐다.

그러니 믿는 이라고 해서 성경에 대해, 이단에 대해 모두 다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닐 게다.


관심

“문서전도인의 생애는 광야처럼 어렵고, 외롭고, 힘들다. 하지만 믿음의 선배들이 광야에서 하나님을 만난 것처럼 우리도 각자의 광야에서 하나님을 만날 것이다” 원로의 한 마디에 참석자들은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이어서 또 다른 목사가 말을 이어갔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를 지나 가나안에 이르렀듯, 이 광야를 지나야 우리도 가나안에 이를 것이다. 목사가 우리 안(교회 안) 양을 치는 목자라면, 문서전도인은 우리 밖(교회 밖) 양을 치는 목자다. 우리는 양을 위해 살지만, 또 양에 의해 사는 사람들이다” 목사의 말이 폐부를 깊숙이 찔렀다.

문서전도인은 월급으로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 매일매일 양들을 위해 책을 들고 길로 나서고, 또 양들이 그 책을 구입함으로 살아가는 이들이었던 것이다. 목사의 말을 이해한 교역자들은 있는 힘을 다해 “아멘”을 외쳤다. 그리고 책상 밑으로 조용히 옆 사람의 손을 움켜쥐었다. 누구보다 소중한 동지의 손이었고, 어느 때보다 뜨겁게 느껴졌다.


너무도 부럽기만 한 위의 이야기는 우리들 교회와 문서 사역을 하는 사람들이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안식교의 문서 전도 관련 수양회 때 있었던 일화 중 하나이다. 언젠가는 우리 문서사역자들도 이 같은 섬김과 사랑을 받을 때가 오겠지, 싶은 마음으로 누가 알아주던 그렇지 않든 간에 이 가을에도 지난여름처럼 더 열심히 땀흘리며 사역, 잘 감당하고자 한다.

가끔 본지를 비롯해 문서사역자들이 시대에 맞지 않는 사역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허나 작금의 시대에도 결단코 없어서는 안 될 기독교 문서 제작에 최선을 다하는 사역자들을 위해 위의 이단들이 갖는 관심보다는 못해도 괜찮으니 조금만, 아주 조금만이라도 살가운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관심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그간 수없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포기하기에는 아직도

여름 강의 사역이 근 3년 만에 펼쳐졌다. 두 달여 동안 원 없이 초등학생들부터 청년들을 만나며 이제 이단 대처 강의에 시그니처가 된 ‘가짜는 진짜같이 살고 진짜는 가짜같이 살아서야 쓰겠는가?’를 설파했더랬다. 이단 대처에 한 마음, 한뜻으로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도 물론이다. 올여름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초등부 아이들과의 만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실로 오랜만에 어린 친구들과의 만남이었기에 철저한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이 많이 됐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성인들보다 더 열심히 강의를 듣고, 강의 후에는 수많은 질문들을 던졌으며, 아울러 배꼽 인사로 강사를 위로해 주는 보너스까지 더해준 아이들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은혜를 끼치러 갔다가 도리어 은혜를 받고 온 셈이다(덕분에 여태껏 목이 덜 풀어지긴 했지만…^^). 이렇듯 너무도 귀한 수련회의 꽃이었던 다음 세대를 위시해 또 다른 꽃인 선생님들과, 뙤약볕 아래 아이들의 식食을 위해 고단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던 주방 집사님들과 권사님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바이다.

너를 보았지

또다시 송구하나 이번에도 선친 이야기다. 본사 한정희 사목은 선친 사건 관련한 자들의 양심선언과 더불어 진실이 밝히 드러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때마다 기도를 잊지 않고 있다. 벌써 30년째이니 언젠가는 반드시 이뤄 주실 기도 제목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렇듯 어두움이 낱낱이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서두르지는 않으련다.

최근 형님을 통해 책 한 권을 건네받았다. 『너를 보았지』라는 제목의 책은 놀랍게도 고 탁 소장 사건 등을 꼼꼼하게 담았다. 인물들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그간 알고 있던 내용들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책의 저자가 선친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던 이의 가족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은 책을 읽은 지 얼마 안 돼서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해서라도 이 일을 드러내려고 하시는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제 봇물 터지듯이 사건의 실체가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 내년 선친의 30주기까지 모든 진실이 밝혀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상관없다.

언젠간 드러날 일이 분명할 테니. 그와 반대로 사건의 중심이었던 평강제일교회(전 대성교회)는 교회의 분열이 가속화되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그렇다. 30년 전에는 사건의 실체가 덮어지고 승승장구할 것으로 생각했겠으나 선친의 이야기처럼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릴 수는 없다.

* 고 탁명환 소장의 사건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었던 분들은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듯하고, 제목이 뜻하는 바도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었으면 한다.

‘수도꼭지에서 나온 물이 욕조를 채운다. 물이 곧 넘칠 듯한데 당신이라면 어찌할 텐가. 이 상황에 처한 누구도 먼저 바닥에 수건을 깔거나 양동이를 찾진 않을 게고, 수도꼭지부터 잠글 것이다’라고 기후운동가 툰베리는 말했다. 욕조는 지구, 물은 온실가스를 의미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문제는 점점 지구를 위협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단의 문제도 먼저는 수도꼭지를 잠가야 했음에도 여태껏 바닥에 수건만 깔고 있었으니, 문제의 해결이 더뎠던 것이지 싶다. 이제 어떻게 할 텐가? 어떻게 싸우고, 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탁지원 소장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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