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하나님의교회에서 1996년에 침례를 받아 2017년에 발을 끊게 된 전 신도입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웹서핑을 하던 중 문득 다시 하나님의교회를 검색해보며 이전에 찬찬히 살펴봤던 여러 블로그의 글들, 이미 하나님의교회를 탈퇴한 분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동안 살아왔던 환경을 돌아보게 되며 글을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교회에 다니면서 그동안 느꼈던 생각과 감정을 실어보고자 합니다. 안상홍 강탄일을 지키는 하나님의교회 어린 제가 있던 하나님의교회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교회라고 하기엔 애매한 규모였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거의 태어나자마자 침례를 받았는데, 물론 자의로 받은 게 아니다 보니 이 어린아이가 안상홍, 장길자의 이름을 알 리는 만무했습니다.
 

그 안에서 저는 그다지 신앙심이 크지 않은 것만 빼면 다른 또래와 특별히 다를 바가 없는 평신도였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리 지역 당회장님이 누구고 아버지, 어머니가 뭐고 이런 건 솔직히 하나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단도직 입적으로 말씀드리면 그냥 다니라고 해서 다닌 겁니다. 와서 예배드리라고 하면 그냥 별 생각 없이 하는 하루 일과 마냥 드리고, 와서 밥 먹으라면 먹고, 한창 자라나는 나이니까 충분한 수면시간을 위해 잠이 안 와도 억지로 자야 했기에 수면 시간에는 내내 깨어있거나 오기로 잠들고 그랬습니다.

어렸을 때는 거의 이 생활의 반복이었죠. 그리고, 12월 연말이 되면 으레 찾아오는 그것. 크리스마스냐고요? 아닙니다. 바로 아버지 강탄일 행사입니다. 이날은 각 부서에서 아버지 어머니 하나님을 위해 준비한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때죠. 쉽게 말하면 파티 같은 느낌입니다. 물론 거기에 유아부도 예외가 아니죠.

자그마한 아동들이 단체로 줄줄이 나와서 선보이는 귀엽고도 엉성한 안무는 연령을 불문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는 강탄일의 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저는 카세트테이프로 들었던 아동용 새노래 가사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공연할 때 춤은 춰야 되니까 일단 반주에 나오는 대로 이모가 따라 하는 것을 보며 춤을 췄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빠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유아들, 학생들이나 청년들 혹은 장년과 부녀 가릴 것 없이 퍼포먼스를 끝냈을 때는 하나같이 모두 “아버지 하나님 어머니 하나님 감사합니다!”를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어리석게도, 저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 사람들이 뭔가 감사를 드리는데 그 감사를 받는 대상이 왜 감사를 받아야 하는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하면, 좀 직설적인가요? 어쨌든, 유아 시절은 그냥저냥 별 탈없이 보냈습니다. 두려움을 심어주는 하나님의교회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학생이 된 저는 더 이상 유아부가 아닌 학생부의 소속이 되었습니다. 소예배실에 모여 앉아 66권 성경 목차표를 노래 부르며 외우던 때가 생각나네요. (솔직히 성경 구절 찾을 때나 쉽지, 안상홍 장길자씨를 이해하는 데는 택도 도움 안 됩니다) 이때도 변함없이 저는 하나님의교회에 계속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신만의 생각이 조금씩 움트는 예민한 나이가 되면서 한 가지 느끼게 된 감정이 있습니다. 불편하다. 그렇습니다. 이때까지도 저는 하나님의교회를 다니면서도 착실하게 아버지 어머니 하나님을 믿던 순진한 학생이 아닌, 어느 정도 자신의 감정을 중시하던 그런 아이였습니다.

저는 하나님이 있든 말든 그것은 제 삶에 있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고, 성경공부를 한다거나 전도를 하거나 십일조를 내는 일 하나하나에 시간과 비용을 아까워하는 이런 생각들이 하나둘씩 머릿속에 들어차기 시작합니다. 독실한 신앙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소위 “마귀가 낀” 상황이었죠.

그들이 장황하고 여러 갈래로 풀어서 다양하게 말은 하고 있지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요약하면 “아버지 어머니가 우리를 구원해 주셨으니 우린 그 은혜에 평생 죄인 된 마음으로 보답하며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서 생판 누군지도 모르는 남 같은 그 사람들은 저에 대해 아무것도 해준 게 없고 아무런 상관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그들을 믿어야 구원받고 천국 간다, 안 그러면 지옥 불에 떨어져 둘째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그렇게만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소신껏 하나님을 믿으라는 말보다 빨리 안 믿으면 재앙 받는다는 식의, 거의 반협박조에 가까운 발언을 서슴없이 들었던지라 오히려 기분이 나쁠 지경이었습니다.

맹목적 신앙으로 갈라지는 가족 그렇게 불편한 마음을 안은 채 어물쩍 몇 년을 버티다가, 제가 본격적으로 하나님의교회에 대해 처음으로 불만의 목소리를 내며 독실한 신자인 엄마와 충돌하게 된 것은 23살 때의 일이었습니다. 10년 이상 뿌리 박힌 아버지 어머니의 말씀이라는 걸 고장 난 녹음기 마냥 읊어대는 엄마와 현실을 깨닫게 되면서 알게 된 제가 내는 의견은 항상 평행선만을 달려갔죠.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를 교회에 데리고 가는 건 아버지 어머니 하나님을 믿어야 구원받는 게 당연한 것도 있지만, 너를 위해서다. 네가 하나님 은총 안에 있지 않으면 어디 나가서 뭘 할 수 있겠느냐”라고요.

나를 위해서?

당신 딴에는 자식을 위해서라고 하셨던 생각이 정말 자식에게 통했을까요? 그랬다면 교회 안 다니겠다는 선언이 나올 리가 없었죠. 엄청난 착각을 하고 계셨습니다. 너를 위해서라니, 나를 위한 게 뭔데. 이 땅에서 개고생 다 하고 하늘에서 보상받으면 끝이라는 거야?

나는 종일 그 교회에 가 있으면 가시방석에 앉은 마냥 늘 불편했는데, 나한테는 거기 앉아서 예배 보는 것 자체가 재앙이고 지옥불이고 둘째 사망인데, 제가 있던 지역 당회장님도 이렇게 말씀하셨죠. “자기를 버리고 하나님을 그 안에 채우라”고요. 왜 그래야 합니까? 애초에 가능키나 한 일입니까? 나를 낳아 기른 이는 육의 부모지 안상홍씨와 장길자씨가 아닙니다.

그리고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태어나 모체와 연결되어 있던 탯줄을 자르는 순간부터 이미 부모 손을 떠난 겁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점차 자라면서 굳이 교회가 아닌 사회의 여러 곳에서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면서 스스로의 생각과 가치관과 자아를 형성해가는데, 자신을 죽이고 하나님을 그 안에다 집어넣으란 말이 그렇게 쉽게 되는 일이었을까요? 정말 확실하게 믿고 있어서 “이분이 아니면 안 된다”라는 분은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 아니었습니다. 도대체 그 사람들이 어떤 대단한 업적을 저지르셨기에 우리의 인생에서 자란 소중한 자기의식을 버리면서까지 따라야 했던 걸까요? 하고 싶은 말은 많았습니다. 그러나 어린 제게는 아무런 힘도 없었죠. 여전히 불만은 남아있었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무관심 반 그러려니 반으로 살았습니다.

가고 싶지 않아 주저앉아 떼쓰던 어린 시절, 그 강하게 거부하는 어린 팔을 잡아끌며 교회로 데려가시던 엄마. 아무리 가고 싶지 않다고 표현해도, 어릴 때 억지로 끌려간 경험이 무의식중에 남아있던 모양인지 이제는 뭔 짓을 하든 무시당할 거라고 체념해버렸죠.

사실 학생이 되기 전부터 우리 가족은 원래 다 같이 하나님의교회를 다녔습니다. 물론 아빠도 엄마의 강요로 인해서였죠. 교회 내에서 아빠는 에어컨을 고치거나 잘 안 돌아가는 설비를 다루는 일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교회에서 지내는 동안 뭔가의 부조리함을 보셨던 건지 아빠는 더 이상 교회에 다니기를 거부하셨고 엄마와도 마찰이 있었습니다. 아마 제 생각에 엄마의 교회 강요는 이미 이때부터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힘없이 끌려가던 어린 시절과는 다르게, 학생 때는 강요에 질세라 반기를 들어 교회에 안 갔어도 그냥 갔다고 거짓말도 하게 됐습니다. 살면서 거짓말은 하면 안 되는 것이고 나쁜 거라고 배웠는데, 커가니 자신의 안위를 위해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제 자신이 웃기더군요.

그리고 이런 제 처지를 알지 못하신 채, 엄마의 행동은 점점 도를 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에 정점을 찍은 게 바로 영상통화였습니다. 사정이 있으셔서 자주 교회에 참석 못 하시는 엄마는, 자신의 딸이 교회에서 제대로 예배를 보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굳이 영상통화를 선택했던 겁니다.

딸이 진짜 교회에 갔는지 거짓말 하나 안 하나를 영상으로 보면 바로 보이니까요. 저는 그때 조금 깨달았던 것 같았습니다. 여기에 더 이상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없다는 것을요. 서로 사랑하며 화평해야 할 형제자매는, 아니 육 천년 세월동안 헤어져 있다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형제자매보다 더욱 친했어야 했을 사이인 가족 간에도 신뢰가 이미 없던 것입니다.

하나님을 향한 신앙심이 아닌, 악에 바쳐서 다닌다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엄마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욱 악화되어 있었습니다. 이후로도 개인 사정과 몇 가지 크고 작은 시련을 겪으면서, 저는 더욱더 교회를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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