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역사 구분과 예언에 대한 비판

안상홍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계시록 1장부터 3장까지는 일곱 교회 시대에 역사적 기사이다. 즉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때부터 세상 끝 날까지의 역사를 일곱 교회 시대로 나누어 그 시대 교회의 영적 형편을 기록한 처음 계시이고, 4장부터 6장까지는 예수께서 요한을 하늘로 올라오라고 하심으로 요한은 성령에 감동되어 하늘에 올라가서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보좌와 24장로들이 보좌에 앉은 것을 구경한다.

그리고 모든 예언이 일곱 순으로 되어 있는 것을 듣고, 보고, 기록했다. 그러나 그 편지를 한갓 그 당시의 일곱 교회에게만 부친다면 예언이라는 말씀은 어디에 필요한가?”¹⁾

⇨ 비판 계시록 1-3장이 예수님의 승천부터 세상의 끝까지 일어날 역사적 사건을 기록한다는 위의 주장은 요한계시록의 전통적 4가지 해석 가운데 ‘세상-교회 역사적 해석’에 해당한다. 그런데 세상-교회 역사적 해석은 대부분 사도 요한 이후 시대에 일어날 일에 대한 내용을 강조하기에, 계시록의 전통적 4가지 해석 중 미래적 해석과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안상홍이 7교회를 사도 시대 이후의 7시대로 나눈 것은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세대를 7개로 나눈 세대주의 해석과 조금 유사하다. 그러나 요한계시록은 장르에 있어 편지라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계시록은 송신자 요한과 수신자인 소아시아의 7교회 사이의 의사소통인데, 박해라는 특정한 상황을 염두에 둔다.

계시록은 ‘상황 서신’이므로, 수신자와 해당 없는 해석은 지양해야 마땅하다. 7교회를 7시대로 보는 것은 요한이 의도한 바가 아닐뿐더러, 박해를 받던 7교회에게 적절한 위로를 제공할 수 없다. 따라서 7교회에서 7시대를 찾는 것은 현대인의 관심사를 본문에 주입한 주관적 해석이다.

안상홍은 요한계시록의 편지가 일곱 교회에게만 해당한다면 예언 말씀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구약 선지자들에게서 보듯이 예언의 주요 기능은 예언자가 활동하던 당시 사람들이 하나님께로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언을 미래에 대한 예견으로만 보는 해석은 예언자가 당대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의 중요성을 간과하도록 만든다. 안상홍이 시대를 구분하는 해석은 그가 한때 몸담았던 안식교의 해석과 유사하다.²⁾

2. 일곱 인으로 봉한 책에 대한 오류

안상홍은 “사실은 소아시아 일곱 교회 내에 상태가 초대교회 시대로부터 마지막 교회 시대까지 일곱 순서로 나누어져 있는 교회 상태는 미리 보여 주심으로 예언이 되게 하신 것이다. 일곱 인으로 봉한 책에 대해서도 역시 일곱 교회 시기 동안에 된 예언과 같이 초대교회 시대로부터 마지막 교회 시대까지 일곱 교회 안에 들어온 배도하는 자의 악한 본성을 드러내 보이신 것이다.”³⁾

⇨ 비판 안상홍은 계 4-5장의 일곱 인으로 봉한 책을 일곱 교회의 시기에 대한 예언으로 보면서, 교회 안에 들어온 배도자의 악한 본성을 계시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안상홍은 계 2-3장의 일곱 교회에게 보낸 편지와 계 4-5장의 일곱 인으로 봉한 두루마리는 사실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주장한다.

일곱 인으로 봉한 두루마리는 빛난 보좌에 앉으신 성부 하나님의 손에 있었다(계5:1). 계시록에 명사 ‘보좌’는 46회에 걸쳐 하나님의 통치권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두루마리는 하나님께서 교회와 세상을 통치하시는 계획서와 같다. 그런데 요한과 7교회의 주요 관심은 하나님께서 먼 미래에 어떻게 다스리실 것인가가 아니라, 그들 당시에 반드시 속히 성취될 사건이었다(참고. 계1:1; 22:6).

3. 소아시아 7교회를 통한 8시대 구분에 대한 비판

안상홍은 ‘일곱 교회와 일곱 교회 상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안식일은 에베소교회, 일요일은 서머나교회, 월요일은 버가모교회, 화요일은 두아디라교회, 수요일은 사대교회(개혁의 시대), 목요일은 빌라델비아교회, 금요일은 라오디게아교회(심판/안식에 들어가는 준비), 안식일은 에베소교회(처음 사랑회복/은혜의 천국).⁴⁾

안상홍은 7교회를 각 요일과 연결하는 것을 넘어, 신약의 8시대로도 나눈다.

(1)에베소교회는 사도 시대(AD 31-106), (2)서머나교회는 다신교 로마의 핍박 시대(106-313), (3)버가모교회는 세속화로 들어가는 시대(313-538), (4)두아디라교회는 법왕권 시대(538-1789), (5)사데교회는 종교개혁시대(1789-1834), (6)빌라델비아교회는 사랑으로 재림운동을 하는 시대(1834-1844), (7)라오디게아교회는 은혜의 왕궁에 들어갈 준비 시기(1844-1964), (8)은혜의 왕궁에서 사는 시기(1964-종말).⁵⁾

⇨ 비판 에베소교회가 안식일과 사도 시대를 가리킨다는 주장은 첫 사랑이 회복되면 은혜의 천국을 누릴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요한은 계 2-3장에서 에베소교회가 아니라 서머나교회와 빌라델비아교회를 칭찬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따라서 안상홍의 논리를 빌려 말한다면, 이 두 교회야말로 참된 안식과 은혜의 천국을 설명하기에 더 적절하다. 그리고 안상홍은 자신이 약 15년간 몸담았던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처럼 제4계명을 문자적으로 지키면서 안식일을 강조한다.

AD 31년에 사도 시대가 시작된다는 주장은 예수님의 승천 연도를 그 해로 본 결과이다. 하지만 주님의 승천과 성령강림의 연도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그리고 사도 시대가 AD 106년에 끝났다고 주장하려면, 사도 요한의 사망 연도가 그때임을 증명해야 한다. 만약 사도 요한이 106년에 소천 받았다면, 그는 100세 이상 생존함으로써 그 당시 평균 수명인 45세의 두 배를 넘겼다.

신약성경의 등장인물 가운데 100세를 넘긴 경우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다신교 로마제국의 핍박은 AD 106년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아우구스투스’라 불린 옥타비안 황제가 시행한 ‘팍스 로마나’ 정책과 AD 60년 중순의 네로 황제의 박해에서 이미 나타났다.

안상홍은 사데교회가 종교개혁 시대를 가리킨다고 보면서 해당 연도를 1789-1834년으로 본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종교개혁시기는 1789년의 프랑스혁명이 아니라, 루터와 칼빈이 활동한 16세기이다.⁶) 또한 법왕권 시대가 약 1250년 동안이라면 사랑으로 재림운동을 펼치는 시대는 고작 10년에 그치기에, 시대 구분에 있어 불균형이 심하다.

안상홍은 은혜의 왕궁에서 사는 시기는 하나님의교회가 설립된 1964년에 시작된다고 주장함으로써, 결국 안상홍과 그의 집단으로써 계시록의 성취를 귀결시킨다. 요한은 1964년을 암시하거나 언급한 바 없다.

4. 나오면서

요한계시록 해석에서 세대주의의 위험성은 익히 알려진 바이다. 세대주의자들조차 자신의 이론을 개선하려고 시도해왔다. 안상홍은 요한이 의도하지 않은 시대 구분을 시도하고, 그 결과 예언의 현재적 특징을 간과하며, 봉인된 두루마리의 성격에 대해 자의적 판단을 내린다. 요한계시록은 반드시 속히 일어날 일들을 예고하는 편지이다.

따라서 편지라는 장르와 요한이 제시하는 예언이 성취될 시간을 항상 염두에 두고 해석해야 한다. 요한 당시에 속히 성취될 예언이 대부분이라면 21세기 교회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계시록의 예언 중에서 1세기에 성취된 내용을 오늘날 적용하여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것은 고린도후서를 읽은 후 현대에 적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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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상홍, 『聖書 설교집(第 二 卷): 요한계시록과 다니엘서 연구』, 2.
2) 참고. 송영목, 『요한계시록의 신학』 (서울: 성광문화사, 2007), 14-37.R. Stefanovic,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 (Revelation of Jesus Christ, 하홍팔·도현석 역, 로스앤젤레스: 미주 시조사, 2011), 141, 145, 151, 156, 162, 167, 175.
3) 안상홍, 『聖書 설교집(第 二 卷): 요한계시록과 다니엘서 연구』, 3.
4) 안상홍, 『聖書 설교집(第 二 卷): 요한계시록과 다니엘서 연구』, 4.
5) 안상홍, 『聖書 설교집(第 二 卷): 요한계시록과 다니엘서 연구』, 5. 참고로 AD 538년은 천주교 교황이 동로마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로부터 종교, 정치, 군사 권한을 받아, 천주교의 교리를 거부하는 이들을 핍박했다. 그리고 은혜의 왕국에 들어갈 준비 기간이 시작된다는 1844년은 시한부 종말론자이자 안식교도인 윌리엄 밀러가 예수님의 재림 시기로 예고한 바 있다. 그 후 안식교도인 엘런 화이트(1827-1915)는 1844년은 재림의 해가 아니라 예수님이 성소에서 지성소로 들어간 시점이라고 수정했다. 안상홍도 이런 내용을 언급한다. 안상홍, 『聖書 설교집(第 二卷): 요한계시록과 다니엘서 연구』, 10.
6) 1789년은 나폴레옹이 교황 피오 6세를 쫓아낸 해이다. 따라서 안상홍은 역사 구분에서 천주교의 악행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것은 세상-교회 역사적 해석에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계시록은 천주교의 오류나 악행을 고발하는 성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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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목 교수] 이단들의 요한계시록 해석에 대한 비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