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주제들 가운데 하나로 소위 ‘영성’(sprituality)이라는 주제가 있다. 이는 이 세상이 세속화되면 될수록 물질적인 것과 그것에 사로잡힌 우리의 삶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문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일반적인 추구의 하나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이승구 교수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본지 편집자문위원 |
소위 ‘영성 운동’을 시작해 온 천주교회의 영성 운동과 영성 훈련, 또는 그런 것을 좀 더 현대적으로 순화시켜 제시하고 있는 헨리 나우웬 같은 천주교적 저술가의 주장들에 대해 많은 이들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 성경을 믿고 그리스도에 의지하며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받아 나간다고 하는 그리스도인들은 과연 어떤 태도와 반응을 보여야 할 것인가?
일단 사람들이 이처럼 세속적인 사회 속에서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것 이상의 것을 향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있다. 그것은 이 자연과 물질만으로는 우리 마음에 있는 큰 공허를 메울 수 없음을 지시해 주는 일종의 표(sign)로 여겨질 수 있다.
그것은 이 세상만으로 만족 할 수 없는 인간들의, 영적인 것과 영원에 대한 뿌리 깊은 갈망의 몸짓이요 절망의 부르짖음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그들 나름의 ’영성‘에 대한 추구는 진정한 영이신 하나님으로부터 인간들의 마음을 빼앗아 가는 역기능적 요소도 있다는 데에 있다.
그들이 말하는 정상(頂上)의 영적 상태에 이른 이들을 기독교적 관점에서는 과연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성경과 기독교적 관점에 근거해서 아주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들도 물질문명 가운데 사로잡혀 있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결국 하나님 앞에서 바르지 못한 상태에 있는 것이며, 따라서 그들의 그렇지 않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결국 바른 영성을 지니고 있지 못한 사람이다. 그리스도를 의지하고 그리스도의 속죄의 공로를 적용받는 중생한 사람이 되어야만 그의 영혼이 바른 상태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세상의 영성 주장가들과 우리를 비교하다가 우리가 의식하지도 못하고 알지 못하는 가운데 이 세상의 영성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으니 매우 주의해야 한다. 그런 것들에 유의하지 않으면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의 ‘영성’ 주장의 영향을 받기 쉽고, 실제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역사 가운데서 그런 영향들을 많이 받아 왔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역사와 우리 자신의 모습을 철저히 성경에 비추어서 우리 가운데 있는 혼합적이고 잘못된 영성 추구를 근절하도록 해야 한다.
과거나 현재나 미래에도 사람들은 그들 나름의 방법으로 영성을 추구해 왔고, 또 추구해 갈 것이다. 그러므로 그런 것을 강조하다가는 기독교가 참으로 제시하는 참된 영적 생명과 그런 영적 상태를 모호하게 할 위험성이 많이 있다.
그리스도의 유일하신 구속에만 의지하여 하나님 앞에 서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아 나가는 그런 진정한 기독교적인 영적인 삶을 추구하면서 우리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이런 인식 위에 바로 서서 그런 성령님을 의존해 가는 생활을 제대로 잘 감당해 나가기까지는 일단 다른 이들의 영적인 주장과 섞여서 우리를 모호하게 할 수 있는, 특히 천주교회의 주장과 섞여서 우리를 오도하기 쉬운 ‘영성’이라는 말을 당분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 대신에 우리는 성경 자체와 개혁 신학이 늘 강조해 온 용어인 ‘경건’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아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이것이니라”라고 말하는(약1:27) 야고보가 말한 그런 경건이 우리에게서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
성경의 가르침을 통해서 하나님의 경륜 전체(the whole counsel of God)를 잘 파악하고, 그 하나님의 경륜의 빛에서 자신들의 삶을 하나님께서 이 땅에서 해 나가시려고 하는 바에 온전히 헌신하도록 하는 일을 성령을 의존하여 힘써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영적인 삶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경륜에 무관심한 삶은 전혀 영적인 것이 아니다. 따라서 개인주의적 신앙에서 벗어나 교회가 진정한 그리스도의 몸과 하나님 나라를 증시(證示)하는 종말론적 공동체로 나타나도록 교회의 지체 의식에 충실한 신앙생활에 힘써야 한다. 즉, 우리는 개인적으로나 교회적(공동체적)으로나 하나님 나라를 중심으로 하는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이 글은 『기독교 세계관으로 바라보는 21세기 한국사회와 교회』(SFC) 내용 중 ‘6장 예수 믿는 이는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pp.95~103) 부분을 저자 이승구 교수의 허락을 받아 발췌 및 요약하여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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