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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도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가?
이승구 교수
2020년 11월 24일 08시 51분 입력

많은 이들이 오늘날도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자신의 삶의 방향 전환을 이루었거나 하나님의 음성에 근거하여 인생길의 여러 가지 판단을 하여 나간다고 말한다. 성경 계시 시대에 그러한 것이 있었기에 많은 그리스도인은 별생각 없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현상이 있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이승구 교수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본지 편집자문위원

  

이 문제에 대해서 세 가지의 각기 다른 사유 방식과 태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세 유형의 사유 방식과 태도는 세 가지 다른 유형의 종교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에 비추어 볼 때 자신들이 과연 어떤 유형의 입장을 가져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첫 번째 유형에서는 아주 때때로이기는 하지만 하나님께서 자신의 음성을 들려주셔서 놀라운 계시를 주시거나 인생의 방향을 이끌어 나가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마치 성경 시대에 하나님께서 때때로 그의 백성들에게 나타나셔서 말씀하시고 삶을 인도하셨던 것과 같이 오늘날에도 주님께서는 동일하게 그의 계시의 도구들에게 말씀하시고 그렇게 하여 인간들을 인도해 가신다고 하는 것이다.

이를 “직통 계시파”의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개 이런 입장을 취하는 이들은 성경 계시와 우리 시대에 주시는 계시를 별로 구별하지 않고, 그 관계를 연속적으로 보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결국 각각 다른 계시 주장을 하는 이들이 주관주의적 대립에로 나아가고 말거나, 아니면 우리들로 하여금 몇몇 종교적 엘리트에 의존하여 신앙생활을 하여 가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두 번째 유형은 “좀 온건한 직통 계시파”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논리적으로 철저하지 않은 입장을 보인다. 즉 이 온건한 직통 계시의 주장은 한편에서는 성경 계시의 독특성과 종결성을 인정한다. 성경 계시와 같이 우리들의 구원에 대해 필수적인 계시는 이미 다 주어진 것이므로 그런 계시는 이제 더 이상 있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런 이들은 구원에 필수적인 성경 계시의 종결성을 인정하면서도, 오늘날에도 성도의 삶을 인도하시고 교회를 인도해 가시기 위해 우리에게 주시는 계시가 지속된다고 자신들의 종교 경험에 근거한 주장을 한다.

세 번째 유형은 성경만이 우리의 신앙과 삶의 유일한 규범임을 주장하는 유형의 입장이다. 이는 성령님께서 성경의 계시를 사용하셔서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하시고 우리들의 구체적인 삶의 문제들에 바르게 적용하게 하시므로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은 성령님께 순종하여 성경 전반의 뜻을 파악하여, 그것에 비추어서 주께서 우리를 인도해 가시는 대로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는 “성령님께서 성경 말씀을 사용하셔서 은혜를 베푸시면 우리의 삶을 인도해 가신다”는 주장이 된다. 그러므로 이제 성경 계시가 종결된 상황에서는 주께서 음성으로나 꿈으로나 이상vision 가운데서 하나님의 뜻을 계시해 주시는 것이 아니라, 주께서 이미 주셔서 성문화하신 성경 말씀에 근거하여 하나님의 뜻을 바로 깨닫고, 성령님의 조명을 따라서 자신들의 구체적인 정황 가운데서 어떻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을 따라가는 것이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가는 것인지를 깨닫게 하신다고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성령님께서 말씀을 사용하셔서 은혜를 베푸시면 성도를 통치해 가신다는 유형의 사유에 의하면 이제 성경 계시가 종결된 상황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이 음성으로 들려오는 일은 우리 주 예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는 그쳐진 것이다. 이것은 메마른 기독교의 주장이 아니라 성령님께서 “성경 말씀을 사용하셔서”(cum verbo) 우리를 통치하시며 인도하시며 이끌어 가신다는 것을 가장 성경적으로 바르게 주장하는 기독교의 주장이며, 가장 건전한 성령파 기독교의 주장인 것이다.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모든 점에서, 즉 신앙과 생활에 속한 모든 점에서 성경의 가르침에 충실한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우리는 개연성이나 우리의 경험에 의존하지 말고 성경의 가르침에 근거한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서 성령님께서 깨닫게 하시고 적용하게 하시는 말씀을 원리에 따라 매일 매일 매 순간순간의 결단을 주의 백성답게 하여 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 성령님께 순종하는 것이며, 진정으로 성경을 존중해 가는 것이다.

바라기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주변에서 난무하는 비정상적인 주장에서 벗어나서, 성경이 가르쳐 왔고 과거에 가장 건강한 그리스도인들이 그렇게 살아 온 바와 같이 성령님께서 말씀을 사용하셔서 우리를 인도하시며 통치하시는대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 이 글은 『기독교 세계관으로 바라보는 21세기 한국사회와 교회』(SFC) 내용 중 ‘18장 오늘날에도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가?’(pp.273~278) 부분을 저자 이승구 교수의 허락을 받아 발췌 및 요약하여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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