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목사님, 제주변에 다단계에 근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계속 초청을 합니다. 취업이 안 되다 보니 다단계에 들어가서 직업으로 삼을까 하는 고민도 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다단계에 대해서 참고할 만한 조언이 있으면 부탁을 드립니다.
저의 다단계 첫 경험은 교회 누나였습니다. 교회에서 청년의 때를 함께 보낸 사이였고 또 사모님이었습니다. 전도사로 사역할 무렵 교회 누나는 개척교회를 하시는 목사님을 돕느라 보험회사에 다녔습니다. 저에게도 전화해서 만나보험 가입을 부탁했습니다. 생계를 책임지고 살아가는 교회 누나의 버거운 삶의 무게를 알기에 청년의 때 빚진 마음을 갚고 싶어서 보험을 들었습니다. 보험에 가입할 형편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고생하는 모습에 가입한 것입니다.
그런데 2년 뒤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저를 당황케 하였습니다. 교회 누나는 보험회사를 그만두고 다단계를 한다고 했습니다. 그 후 저는 큰 손해를 보고 보험을 해약했습니다. 교회 누나의 부탁으로 가입을 했지만 계속 돈을 넣는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단계를 하는 교회 누나는 제게 계속 전화를 하고 또 찾아왔습니다. 불안정하고 불안한 삶을 살아가던 제게 맛난 식사를 대접한 후 저를 다단계 모임으로 초대했습니다.
저는 교회 누나에게 말했습니다. “누나, 미안하지만 저는 보험까지는 들어주었어도 사역자로서 다단계는 정말 아닌 것 같아요. 저는 누나가 다단계를 그만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사모로서 그 일은 정말 아닙니다. 누나가 다단계 일로 다시는 제게 연락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진 말을 한 것 같아서 참 미안했습니다. 그러나 선명한 한계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주위에 수많은 목사님이나 사모님조차도 다단계의 유혹에 빠져서 삶과 사역이 무너지는 것을 종종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교회 누나와 절교를 한 셈입니다. 미안했지만 지나고 보니 참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교회 누나는 다단계를 하면서 삶이 무너졌습니다. 가까운 관계의 사람들도 대부분 잃어버렸습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가끔 그 교회 누나가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힘들었을 무렵 다단계의 유혹에 빠졌다면 저의 삶 또한 무너졌을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다단계는 네트워크마케팅이라고도 합니다. 건강한 다단계는 중간 유통망의 역할을 감당합니다. 소비자와 제품을 바로 연결시키는 움직이는 가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건강하지 못한 다단계는 신앙에 치명적이고 관계에 치명적 독소로 작용합니다.
일단 다단계는 대부분 점조직처럼 되어 있고 피라미드 구조를 형성합니다. 극소수가 많은 혜택을 누리지만 대부분은 직업으로 삼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히 피라미드의 꼭짓점에 서려는 유혹 때문에 덕이 되지 못하고 교회 내부에서 긴장과 갈등을 만들기도 합니다.
많은 다단계는 초청을 통해서 자신들의 조직을 확대, 재생산합니다. 이 경우에 주변의 관계를 이용해 다단계 회사에서 하는 여러 행사에 초대하여 은근히 가입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영적인 측면에서는 건강하지 못한 영적 흐름을 가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봅니다. 특히 재정을 밀어 넣고 일정하게 물건을 구입해야 하거나 주변 사람을 다단계로 이끄는 행위는 교회에 혼란을 야기시키고 침묵하는 수많은 교인에게 시험 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일단 취업을 고민한다면 나는 왜 다단계를 하려고 하는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불법 다단계는 이단과 사이비성이 있고 위법적이므로 철저하게 끊어야 합니다. 내가 부당 이익을 많이 누리고 아래로 사람들을 많이 모아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라면 그런 다단계는 피해야 합니다. 취직으로 생각한다면 합법적인 다단계 회사여야 하고 또 재정적 필요를 위해서 직장으로 생각한다면 반드시 성경적인 직업윤리를 가져야 합니다.
회사는 이윤 창출이 목적이기 때문에 영리활동을 해야 합니다. 그때 조심해야 할 것은 순수성과 진실성을 지키는 것입니다. 다단계를 하면서 영적 순수성과 인격적 진실성을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과장하고 확대하여 말하고 다단계에서 최고의 자리에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진짜 다단계를 직업으로 삼고, 다단계 회사가 직장이라면 순수하게 제품을 팔아야 합니다. 품질 좋고 저렴한 가격을 소비자와 연결해야 하는 기본을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사람들을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섬김의 자리에서 이탈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이르노니 너희는 성령을 따라 행하라 그리하면 육체의 욕심을 이루지 아니하리라”(갈5:16)
합법적 다단계라고 해도 성령을 따라 행하는 것이 아니면 위험합니다. 성령은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에 따라 행하게 하십니다. 질서라는 것은 교회 교인들이 불편함을 느낀다면 질서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특히 새신자가 된 지 5년 안에는 다단계를 소개하거나 초청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덕이라 함은 성도의 교제 안에서 칭찬받고 존경받을 만한가 하는 것입니다. 나로 인해서 실족하는 이들이 늘어간다면 재고되어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자신의 영성을 끊임없이 점검해야 합니다. 그 척도 가운데 하나는 진실성입니다.
섬기려는 마음으로 직업윤리를 가지고 일하는가 아니면 내 물건을 어찌하든지 많이 팔고, 사람들을 많이 모아서 많은 돈을 벌려고 하는가를 점검해야 합니다. “돈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자신의 재정사용을 점검하십시오. 자신의 수입에서 하나님께 드리는 것과 순수한 목적으로 사람을 섬기는 일에 재정이 어떻게 얼마나 흘러가고 있는가를 살펴야 합니다.
만약 돈(맘몬)이 나를 지배한다면 그 자리에서 속히 내려와야 합니다. 맘몬이 지배하면 어느 순간 순수성과 진실성을 상실하고 신앙이 도구화됩니다. 관계가 도구화됩니다. 다단계 회사의 말이 신앙의 우위에 머물게 됩니다. 그것은 영적 건강의 치명적인 적신호입니다. 그대로 무시하고 간다면 대형사고가 일어날 것입니다. 하나님과 관계가 없는 사람이 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저는 다단계를 직장이나 직업으로 하는 경우에 철저한 성경에 기초한 직업윤리나 소명의식 없이는 천박한 자본의 논리에 매몰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다단계회사에 다니면서 성경적 소명의식이나 직업윤리를 상실하면 돈을 쉽게 벌려는 유혹,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오르려는 유혹,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이용하려는 사리사욕의 유혹이 불길같이 타오르고 자신도 모르게 그 불에 데기 쉽습니다. 심지어는 그 불에 스스로를 태우기도 합니다. 치명적입니다.
다단계를 직업이나 직장으로 불가피하게 삼았다면 물건을 팔되 물건을 사주는 분들을 다단계 회사의 행사로 초대하거나 자신의 아래로 들어오는 피라미드 구조를 형성하지 않아야 합니다. 특히 교회에서는 더욱 다단계 점조직이나 대규모 카톡방을 어떤 경우에도 형성해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는 좋은 물건을 싸고 확실하게 구입하도록 섬기는 것에 초점을 두십시오. 절대 주변의 사람을 끌어들이지 마십시오. 질서를 따라 덕을 세우는 일에 힘을 쏟으십시오. 우리의 초점은 성공이 아니라 성경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