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교 행사에 맞춰 배 운항 늘리는 방식으로 수익 창출
■ 가평크루즈, 가평마리나 선착장에서 통일교 사업체 제품들 판매
■ 수익성 떨어지나 신도들 주머니 털어 사업 이어갈 것
누구를 위한 사업일까. 통일교와 가평군이 합작으로 이루어낸 가평크루즈가 지난 4월 첫 취항을 했다. 가평군 150억 원, 통일교 유관기관 ‘HJ마리나’가 들인 275억 원을 포함한 민간 자본 374억 원 등 총 524억여 원이 투입된 사업이다. 가평에 성지를 조성하고 있는 통일교의 야욕이 하나 더 이루어진 상황이다. 성지화에 대한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신도들이 성지순례 등의 이유로 몰려오고 있다. 가평군 입장에서도 나쁜 것은 없다. 어떤 이유가 되었든 또 누가 되었든 가평에 계속해서 사람이 모이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건물이 들어서고 길이 정비되기 때문이다.
곳곳에 통일교 색 묻어나는 가평크루즈
▲가평군 설악면 송산리에 위치한 가평마리나 선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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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지울 수 없다. 3층 구조의 가평크루즈 곳곳에서 통일교와의 관련성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통일교 신도로 추정되는 승객이 다수 있었고, 승무원 역시 통일교 신도인지 승객과 승무원이 서로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배 내부는 물론이고 가평마리나 선착장에 위치한 카페와 식당에서는 통일교 유관기관인 ‘일화’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가평크루즈를 이용한 승객들은 인근에 있는 통일교 관련 레스토랑과 놀이시설을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한편 선착장에는 통일교 관련 레스토랑 “해븐지버거” 채용 공고문이 붙어있었다. 공고문에는 통일교에서 실시하는 “40일 수련 수료생 우대”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숨기지 못한 건지, 숨기지 않으려는 건지 알 수 없지만, 통일교의 색채가 농후하게 드러났다.
신도들 동원해 유지는 될 것
▲통일교 신도들을 승선해 운항 중인 가평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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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객이 없다. 승무원을 포함해 254명이 탑승할 수 있는 가평크루즈는 8월 기준 가평마리나 선착장에서 출발하여 남이섬까지 1단계 구간을 운행하고 있었다. 장마 기간으로 인해 자라섬 경유를 중단했으나 9월부터는 정상 운항하고 있다. 현재 가평크루즈는 선착장을 출발해 청평호를 돌고 오는 “청평호 투어”와, 남이섬 또는 자라섬을 관광하고 돌아오는 “섬섬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저녁엔 “달빛투어”라는 이름의 야간 운행을 하고 있다. 달빛투어의 경우 저녁 식사를 제공하고 선내 공연 및 조명 쇼가 있어서인지 15만 원이라는 높은 가격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가격 대비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홍보가 부족했는지 가평크루즈를 이용하는 승객은 적었다. 그렇다고 운영을 중단할 일은 없어 보인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 거주하는 통일교 신도들이 성지순례 및 소풍 등의 명목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일교 측이 가평에서 정기 행사를 이어오고 있는데, 그때마다 수만 명의 신도들이 가평에 몰린다. 가평크루즈 역시 해당 기간에 맞춰 배를 증원하고 있고 신도들 역시 배를 이용하고 있어 현상 유지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학자 신격화 위해 문선명은 거들 뿐
▲통일교 성지순례 코스 중 하나인 “역사의 거리”에 전시된 동판화 |
문선명이 없다. 가평크루즈를 취재차 방문한 8월 24일은 통일교 수련회 중 하나인 “효정천보 특별대역사(대역사)” 집회 기간이었다. 대역사 수련회 장소인 “HJ천주천보수련원”으로 향하는 길목에 가평크루즈 선착장이 있어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주요 행사 중 하나라 그런지, 가평군 설악면에 조성된 성지에는 수만 명에 달하는 신도들이 모여 있었다. “HJ천주천보수련원” 주차장과 길목에는 신도들을 운송한 각 지역의 대형 버스들이 줄행렬을 이루었다.
▲통일교 수련회 “효정천보 특별대역사”가 실시된 HJ천주천보수련원천성왕림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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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들의 발걸음을 따라 걷다 보니 “HJ천주천보수련원” 정문에 다다를 수 있었다. 통일교 측은 HJ천주천보수련원 인근을 성지순례 코스로 운영하고 있었다. 코스대로 따라가다 보면 끝자락에 “역사의 거리” 코스를 만나게 된다. 역사의 거리에는 통일교 역사가 담긴 동판화와 사진들을 전시해 두었는데, 중간 지점엔 문선명은 없고 한학자만 덩그러니 담긴 사진이 걸려 있었다. 혹시모를 잡음을 고려해서일까. 집회 장소인 HJ천주천보수련원 강단 중앙에는 문선명 ·한학자 부부의 초상화를, 좌측에는 아들 문효진과 문흥진을, 우측에는 한학자의 어머니 홍순애의 초상화를 걸어 두었다. 한편 걸어둔 초상화를 고려할 때 문선명 사망 후 후계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한학자 통일교가 규정한 혈통을 가늠할 수 있었다.
헌금 액수에 따라 달라지는 봉투 색
▲“효정천보 특별대역사” 수련장에 걸려 있는 문선명·한학자, 문효진과 문흥진, 홍순애의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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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가 없다. 수련장 입구에는 여전히 다양한 명목의 헌금 봉투가 있었다. 해외 신도가 많아서인지 헌금 관련 안내문에는 한국어와 함께 영어, 일본어가 함께 번역되어 있었다. 재미있는 건 헌금 액수에 따라 ▲금색 ▲은색 ▲동색 봉투로 구분한 점이다. 헌금 봉투 아래에는 “금색 10만 원, 은색 5만 원, 동색 3만 원”이라고 기록된 팻말이 있었다. 헌금 봉투들 옆에는 “효정 봉헌서의 은혜”라는 제목의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 안내판에는 “우리의 보고가 하늘부모님께 직접 상달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어렵고 시급한 문제가 해결되도록 협조합니다.”, “후손이 참가정을 이루고 종족복귀를 하는데 기여합니다.” 등 무속 신앙적 분위기의 문구가 담겨 있었다.
기부금으로 둔갑한 헌금
▲“효정천보 특별대역사” 수련장 입구에 비치된 헌금 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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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이 없다. 통일교는 굿즈를 사면 조상의 죄를 씻을 수 있다고 가르쳐 신도들에게 고액의 헌금을 받는 일명 “영감상법”을 실시해 왔다. 죄를 씻을 수 있다는 말에 신도들 역시 집을 팔거나 대출을 받는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굿즈를 사들여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다. 여론을 의식해서일까 통일교 측은 대역사 기간 새로운 방법으로 신도들의 지갑을 열었다. 통일교 측은 평소와 같이 수련원 내부에서 각종 굿즈를 판매했다. 주목할 점은 굿즈와 함께 걸린 금액과 문구다. 통일교 측은 각각의 굿즈에 지정한 금액과 함께 헌금이 아닌 “기부금”을 받는다고 명시해 두었다. 그러면서 굿즈를 판매한 모든 수익은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사용됩니다”라는 팻말을 걸어두었다. 비난을 받았던 부분을 교묘하게 피해 간 수법이다.
믿을 구석이 있다. 신도들이 남아있는 한 종교를 포함한 통일교의 각종 사업은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람선 사업이 마땅한 수익을 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신도들을 동원한다면 가동은 할 수 있다. 그래도 부족한 재정은 이번에 보여준 ‘꼼수 영감상법’으로 확보하면 된다. 신도들 역시 본인은 물론이고 조상의 죄를 씻을 수 있다는 생각에 헌금을 이어가고 있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계속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제2의 아베 전 총리 사건이 나오지 않도록 통일교의 자금 확보 경로를 계속해서 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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