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의 증인이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 왔으나, 최근 이들에 대한 무죄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대한민국 법원이 인정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무죄 판결이 올해만도 16건이 나왔다. 대표적으로 서울동부지법(형사2단독)은 2017년 5월 26일 현역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입영하지 않은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조모씨(22)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여호와의 증인’신도로, 지난해 11월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받았으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해 재판에 넘겨졌다. 예비군 훈련에 불참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서도 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청주지법(형사4단독)은 2017년 1월 15일 향토예비군설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모(3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유씨는 지난해 3월, 정당한 사유 없이 예비군 훈련에 불참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유씨는 법정에서 “전투훈련에 참여할 수 없다는 종교적 양심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거부했다”며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근거한 병역거부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청주지법은 “기본권 보장을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고 그것이 가능한데도 국가가 아무런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자에게 형사 처벌만을 감수하도록 한다면 헌법에서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며 유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처럼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런데 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병역을 거부하는 걸까? 그리고 그 행위는 과연 헌법에서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따른 것으로서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명명하는 것이맞는 걸까? 교리적 이유를 분석한 다음,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여호와의 증인들이 병역을 거부하는 진짜 이유 - 왕국론
대한민국 사회에는 종교도 많고 양심을 가진 시민들도 적지 않을텐데 왜 유독 ‘양심적’이라는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다가 재판에 넘겨지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일까? 이는 그들만이 갖고 있는 국가관과 세계관을 파악하지 않고는 이해할 수가 없다. 먼저 그들의 교리 중에 왕국론을 살펴보자. 왕국이라는 말은 정통교인들이 말하는 천국을 의미하는 말이다. 여호와의 증인들은 왕국에 대하여 말하기를 “하느님의 왕국은 여호와 하느님께서 설립하시고 그분이 택하신 왕이 다스리는 정부입니다”(『성서는 실제로 무엇을 가르치는가』, 워치타워성서책자협회, p.77)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 왕국의 왕은 예수님이라고 한다. “하느님의 왕국의 왕은 누구십니까?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왕 예수는 모든 인간 통치자들보다 크시고, 왕으로 통치하는 이들의 왕이시며 주로서 통치하는 이들의 주로 불리십니다.”(위의 책 p.77). 여호와의 증인은 이러한 하나님의 왕국이 시작된 날짜를 1914년으로 보고 있다. 1914년에 예수님이 영적으로 재림하셔서 왕국의 왕이 되셨으며 그 때부터 통치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성서 예언의 성취로 볼 때, 1914년에 그리스도께서 왕이 되셨고 하느님의 하늘 왕국은 통치를 시작하였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사탄에게 남은 기간이 ‘짧은’때에 살고 있습니다.(계12:12; 시110:2) 또한 우리는 머지않아 하느님의 왕국이 행동을 취하여 땅에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게 할 것이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성서는 실제로 무엇을 가르치는가』, 워치타워성서책자협회, 2007, p.85).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왕국론’에 따라 자신들은 이 왕국의 백성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여호와의 증인 건물에 “여호와의 증인의 왕국회관”이라고 간판을 붙인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여호와의 증인 왕국의 백성이기 때문에 자신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진정한 의미의 자신들의 나라가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이들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고 애국가도 부르지 않는다. 그리고 결코 군대에도 입대하지 않으려 한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 입장에선 대한민국이 진정한 의미의 자신들의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호와의 증인들이 병역을 거부하는 진짜 이유 - 아마겟돈 전쟁
여호와의 증인은 세상의 마지막 전쟁인 아마겟돈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고 한다. 아마겟돈 전쟁이란 여호와의 증인의 왕국이 세상 나라들과 전쟁을 일으켜 세상의 나라들을 없애 버리는 전쟁이라는 것이다. “인간 정부들과 하나님의 왕국 사이에 벌어질 마지막 전쟁을 하르-마게돈 전투 즉 아마겟돈이라고 합니다.”(위의 책, p.81) 이 전쟁으로 세상의 나라와 정부들은 없어지고 여호와의 증인의 왕국으로 통일된다고 한다. “우리는 하느님의 왕국과 이 세상 왕국들 사이에 전쟁이 있을 것임을 알게 됩니다. 승리는 하나님의 왕국이 될 것입니다. 결국 그 왕국은 인류를 통치하는 유일한 정부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이제껏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최상의 통치를 받게 될 것입니다.”(위의 책, p.81) 여호와의 증인들은 이러한 아마겟돈 전쟁이 일어날 때가 가까웠다고 가르치고 있으며 여호와의 증인의 왕국이 세계를 통일할 날을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겟돈 전쟁으로 세계가 통일되면 여호와의 증인 14만 4000명이 다스리게 될 것이라는 허황된 꿈을 꾸고 있다. “하느님의 왕국이란 예수그리스도가 다스리는 하늘 정부이며, 인류 가운데서 14만 4000명이 선택되어 그분과 함께 통치한다.”(위의 책, p.85) 위의 교리들로 보건데 여호와의 증인은 신앙 양심으로, 전쟁이 싫어서, 평화를 사랑하여, 병역거부를 하는 것이 아니다. 여호와의 증인의 병역 거부는 잘못된 교리 때문에 하는 것이다. 이들의 교리에 의하면 대한민국 정부는 여호와의 증인의 왕국과 아마겟돈 전쟁을 해야 하는 적국이라는 말이 된다. 그래서 여호와의 증인 교리대로 라면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절대로 군대에 갈 수 없으며,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여호와의 증인의 백성으로서 절대로 적국의 군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의 말에 의하면 만일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군대에 복무했다가 그 사이에 아마겟돈 전쟁이 일어날 경우 세상 정부의 군인이 돼 여호와의 증인의 왕국 군대와 전쟁을 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목숨 걸고 입대를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한국 땅에 살고 있지만 여호와의 증인 왕국이 따로 있고 자신들의 왕국을 이루기 위해서 사는 사람들이다.
여호와의 증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란 용어를 쓰는 진짜 이유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자신들의 왕국론과 아마겟돈 전쟁에 대한 교리 때문에 병역을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도 ‘양심적 병역거부’란 용어를 쓰는 것은 자신들의 교리를 감추고 평화를 내세우며 자신들의 병역거부가 매우 정당한 것으로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다. 따라서 ‘양심적’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용어는 병역거부에 그대로 써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 시민들은 ‘양심적’이라는 단어를 ‘선한 일’이라고 동일시해서 받아들인다. 사람에 대해 “저 사람 참 양심적이야!”라고 하면 자연스레 “선한 사람”으로 볼 정도로 양심적이란 말은 중립적이지 않다. 그런데도 여호와의 증인의 병역거부를 ‘양심적’이라고 명명한다면 그것은 매우 선한 일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또한 병역거부가 양심적이라면 병역을 이행한 사람들은 비양심적인 건가라는 궤변에 빠질 수도 있다.
여호와의 증인의 병역 거부는 앞서 살펴보았듯이 왕국론과 아마겟돈 전쟁의 잘못된 해석에서 나온 것으로서 양심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이단적 교리에서 출발한 것으로 봐야한다. 만일 여호와의 증인이 정말 양심적인 이유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라면 여호와의 증인 내에서 병역을 이행하기 원하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의 ‘양심’도 존중하며 자유를 허락해야 한다. 그러나 필자가 아는 한 여호와의 증인은 교리적 이유로 신도들이 병역 불이행을 정당화하는 것을 어기고 병역을 이행하다가는 여호와의 증인 내에서 제명까지 당하는 일이 있다고 전했다. 이는 여호와의 증인의 병역거부가 양심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비양심적이고 이단적 교리에서 비롯됐다는 방증일 뿐이다. 또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평화’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여호와의 증인이 ‘평화’를 내세울 수 있는 그 평화는 저절로 얻어졌는가? 그들이 ‘평화’를 외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시간에도 황금처럼 소중한 젊은 날을, 병역의 의무를 지기 위해 바친 수없이 많은 양심적 병역 이행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사법기관은 물론 언론에서도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의 병역거부가 교리적 이유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의 병역 불이행 또한 양심적이라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려서는 안 된다. 그 명칭도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하기보다 ‘집총거부’, ‘병역거부’로 명명해 사법기관이 병역거부를 하는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듯한 인식을 남기지 않아야 할 것이라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