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명환 소장이 하나님의 품에 안긴 지 벌써 24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탁 소장의 삶과 사역을 폄하하려는 이들이 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하나는 앞장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아가며 일하는 선각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그 뒤를 쫓으며 끊임없이 평가하고 비판하는 평론가들이다. 탁명환 소장은 선각자였다. 선각자의 삶은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만약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다른 이들을 위해 실패할 경우의 수를 하나 줄여주었으니 성공적이고, 뜻을 이룬다면 다른 이들이 그 길을 따라올 것이니 역시 성공적이다. 탁명환 소장과 현대종교에 대한 이단들과 이단옹호자들의 비난이 사후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계속된다는 것은, 아직도 탁 소장과 현대종교의 사명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2018년 한 해 동안 고 탁명환 소장의 눈을 통해 오늘날 세상과 교회를 바라보려고 한다. [편집자 주]
▲탁지일 교수 본지 이사장 겸 편집장 부산장신대학교 교회사 |
우리 한국에 있어서 신흥종교라면 무조건 유사종교 내지는 사이비 종교로 단정해 버리는 경향이 농후하다. 이것은 그만큼 한국의 신흥종교단체들이 간접적으로 직접적으로 한국사회에 많은 문제점들을 던져주었다는 실증(實證)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회에 공개되었던 신흥종교 문제들은 대부분의 경우 기능적인 면이 아닌 역기능적인 면에서 다루어져 왔다.
가령 치병(治病)을 빙자한 재산탈취라든지 여신도에 대한 간음사건이 라던지 또는 살인지령, 폭행 등 범죄적이고 반사회적인 요소만을 다루어 왔던 것이다. 그래서 사회인들의 신흥종교에 대한 태도는 극히 회의적이고 비판적이며 심지어는 신흥종교 무용론(無用論)까지 들고 나오는 경향도 없지 않다. 허나 필자는 여기서 먼저 신흥종교와 유사종교가 엄밀한 의미에서 구별이 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신흥종교(新興宗敎)즉 New-Religion이란 종교의 발생과정에 있어서 초기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기성종교라고 할지라도 그 초기의 형성기에 있어서는 신흥종교의 과정을 겪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유사종교(類似宗敎)란 종교구성의 3대 요건 즉 교조(敎祖), 교리(敎理), 교단(敎團)중 그 어느 하나라도 구비되지 못한 경우를 의미하는데 영어에서는 Quasi-Religion이라고 부르고 있다.
즉 종교의 형태를 다 갖추지 못하고 있는 하나의 Sect(종파)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사이비종교(似而非宗敎)즉 Faulse-Religion을 유사종교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것 역시 구분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이비종교라는 것은 유사종교가 갖춘 형태마저도 못 갖춘 종교의 탈을 쓴 가짜종교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 범죄단체화한 사교(邪交)가 있다. 이 사교(Heretical Religion)란 예를 들자면 수많은 신도들을 무참히 살해했던 과거 백백교(白白敎)같은 범죄집단을 의미하고 있다.
이처럼 종교에는 기성종교를 제외하고도 신흥종교, 유사종교, 사이비종교, 사교 등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가 있다. 필자는 우리가 종래 분별없이 사용해오던 신흥종교의 정의를 이미 대략 해두었거니와 한국인들이 신흥종교를 무조건 유사종교시(類似宗敎視)하고 있는 이유 중의 가장 큰 이유는 왜정 때 일본인들이 한국의 종교는 모두 유사종교로 규정지었기 때문이다.
일본제국주의자들은 한국의 신흥종교를 탄압하기 위해 유사종교로 몰아 치웠으며 그 좋은 예가 조선총독부에서 자료집으로 발간한 바 있는 무라야마의 <朝鮮의 類似宗敎(조선의 유사종교)>인 것이다. 여기에 보면 지금은 거의 기성종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천도교, 원불교, 대종교도 유사종교로 규정지었을 정도이다. 이러한 영향을 받은 한국인들이기 때문에 유사종교라는 말을 즐겨 쓰고 있지 않는가 생각된다.
이번에 소개하는 한국의 신흥종교 200여 개 중에는 종교학적인 입장에서 건실한 종교들이 있는 반면 신흥종교라고 보기보다는 유사종교, 사이비종교, 사교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또 년대별로 보아서 한국의 종교학자들이나 종교연구가들은 신흥종교의 한계선을 수운 최제우(水雲 崔濟愚)가 득도(得道), 동학(東學)을 창설한 1860년대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1860년대 이후 발생한 종교단체는 신흥종교로 규정짓고 논의하기로 한다.
✽위의 내용은 1972년에 발간된 『한국의 신흥종교』 1권에서 발췌한 것이다. 4권까지 시리즈로 발간된 이 책의 서문에서 탁명환 소장은 “우리 한국의 종교 중에서 최근 약 1백 년을 전후하여 발생한 신흥종교에 대한 연구 활동은 극히 저조하였고 이 방면에 단행본 한 권 없는 실정이다. 조선총독부에서 한국의 종교를 탄압하기 위해 내놓은 『朝鮮의 類似宗敎』가 일제 시에 나온 것이 유일한 신흥종교에 대한 자료집이었는바 이에 자료집의 필요성을 통철히 느낀 필자는 미급하나마 기독교 계통의 신흥종파에서부터 착수한 것이다.... 이 자료집이 기초가 되어 한국의 신흥종교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기를 바라며 전근대적인 사이비종교나 사교로 전락됨이 없이 건전한 종교에로의 비약하는 신흥종교가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라고 그의 한국적 신흥종교 연구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