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탈퇴에서 회복까지

신천지 탈퇴에서 회복까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궁금했을 뿐인데; 현대종교 | 김리나 기자 tigerfish98@naver.com; 2022.04.26 08:50 입력

이유정(가명)씨는 하나님에 대해 알고 싶어 신천지에 들어갔다가 2021년 3월, 신천지의 잔인함을 경험하고 그곳에서 나오게 되었다. 이유정씨가 신천지 신도로 활동하며 어떤 사건들과 어떤 감정들을 마주했을까. 하나님은 어떤 분이실까 무교였던 이유정씨는 서울에서 지내기 위해 집을 구하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집을 얻고 보니 집주인 분이 교회 목사님이셨다. 그분을 따라 교회라는 곳에 처음 가봤다. 집사님, 권사님들께서 눈물을 흘리며 간절히 기도하시는 모습을 보고 ‘하나님은 어떤 분이실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가던 이씨에게 누군가 설문조사에 협조할 것을 요청했고 이는 2차 인터뷰까지 이어졌다. 2차 인터뷰에서 그들은 성경공부를 제안했다. 하나님에 대한 관심이 생겼던 이씨는 월, 화, 목, 금, 토 2시간씩 교육하는 성경공부에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 이씨는 그렇게 신천지에 스며들었다. 신천지에서 느꼈던 마음들 신천지에 입교한 후, 구역장과 특전대 조장까지 맡게 된 이씨는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밝혔다. 위로부터 “너가 열심히 활동해야 구역이 살고 지역이 살고 하나님 나라가 살아”, “너가 이 정도도 못하면 하나님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있을 것 같아?”라는 말을 들어가며 맡은 직책에 대한 활동 그리고 성과에 심한 압박을 받았다. 무엇이든지 하나님과 연결시키는 그들의 말에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맡은 일을 잘 해내지 못하면 뒤처지고 버림받을 것이라는 공포심도 느꼈다. 신천지 내부에서 인정받기 위해 복종하려고 노력했다. 활동 피드백 때면 신도들을 품질 매기듯 했던 대화들이 오갔고 그로 인해 탈 인격적으로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괴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과한 책임감을 강요받기도 했다. 신천지는 “하나님을 얼마나 사랑하는가”, “네가 하나님을 위해 어떤 것까지 할 수 있는가”, “우리는 먹지도, 자지도 못했던 순교자들과 달리 이렇게 편하게 살고 있는데 죽기 직전까지 죄와 피 흘려 싸운다는 정신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야 하나님께 흰무리로라도 인정받지 않겠나”라며 순교의 정신을 강조했고 이에 이씨는 열심히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 한계치까지 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으며 좋은 것을 누린다는 것은 죄 그 자체였다. 범죄 집단? 열심히 활동을 이어가던 이씨는 소중한 십년지기 친구를 잃고 난 뒤 모든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천지 신도였던 친구는 생계유지를 위해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명자(신천지 내부에서 직책을 맡은 사람)는 제멋대로 친구에게 단기 알바를 강요했다. 친구가 “제 불확실한 미래에 책임지실 거예요?”라고 항의하자 “책임 못 진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게 친구는 신천지를 탈퇴했다. 이후 이씨 몰래 신천지 사명자들이 이씨의 친구를 미행했다. 친구는 이씨에게 연락해 “그들이 내 뒤를 따라오지 않게 컷트해달라”고 부탁했다. 그제야 이씨는 신천지 신도들이 친구를 미행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다른 신천지 신도들이 이씨의 친구를 미행하려고 하자 이씨는 그들에게 “저렇게 싫다는데 굳이 미행해야겠냐”며 “힘들어하는데 좀 내버려 둬라”고 만류했다. 그러나 그들은 친구를 미행했고 친구는 이씨와 그들이 한마음인 줄로 알고 오해해 이씨에게 절교를 선언했다. 너무 소중한 친구를 잃어버린 이씨는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말렸는데, 본인이 싫다는데 이렇게까지 미행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건 범죄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씨가 속해있는 지파만 이상한 건가 싶은 마음에 지파도 옮겨보았다. 그러나 옮긴 지파도 다를 바 없었다. 이씨는 범죄를 행하는 단체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 인터넷에 ‘신천지 교리에 대한 오류’를 검색했다. 윤재덕 소장의 유튜브 채널 〈종말론사무소〉의 신천지 교리 오류 관련 영상을 시청한 후 바로 신천지의 교리가 거짓됨을 알았다. 이씨는 마지막 몸부림으로 과천 본부까지 찾아갔다. 진정서를 들고 사전에 약속을 잡고 찾아간 과천 본부에서는 아무도 이씨를 맞이하지 않았다. 이씨가 누른 초인종 소리에 대답은 했으나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만나 주지 않았다. 이씨는 그런 그들의 태도를 보고 탈퇴를 결심했다. 신천지를 탈퇴하다 이씨는 신천지 탈퇴를 결심한 후, 이씨의 친구가 당했던 신천지 신도들의 스토킹을 당했다. 스토킹으로 괴로운 마음에 직장까지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갔으나 그곳에서까지 스토킹은 계속됐다. 함께 있는 가족들도 느낄 정도였다. 이로 인해 대인기피증, 공황장애가 생겼다. 신천지 신도들이 어디서 지켜보고 어떻게 행동할지 몰라 무서웠다. 길에 누군가가 있으면 무서워 집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이런 두려운 마음은 죄책감으로 이어졌다. 하나님께 버림받았을 거라는 충격과 죄책감이 몰려왔다. 죄책감은 신천지 안에서 신앙이 흔들려 이씨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던 신천지 신도들, 길거리에서 이씨가 직접 포교했던 신도들에게까지 이어졌다. ‘내가 위로해 주지 않았더라면, 그때 말 걸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지금쯤 신천지를 떠나 행복을 누리고 있겠지’라는 생각에 힘들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죄책감은 배가 됐다. 생각을 하기 싫어 술도 많이 마셨지만, 본인의 몸만 혹사 시켰지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자신 스스로가 회복될 자격조차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이씨는 지속되는 괴로운 마음에 죽음까지 결심했다. ‘죽는 방법밖에 미안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겠다’, ‘죽으면서 신천지로부터 나오라는 메시지를 던져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구체적인 자살 계획들을 세워 나갔다. 이단 대처 사역에 어떻게 도움을 주고, 주변 사람들에게 무엇을 남길지 계획을 세웠고, 자살 도구까지 준비했다. 그렇게 죽음을 준비하던 이씨는 어느 날 자신의 상황과 비슷한 내용의 드라마를 보게 됐다. 망가져만 가던 주인공을 사랑으로 기다려주는 주변 사람들을 보니 늘 자신을 묵묵히 기다려주던 이씨의 지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항상 선한 길로 인도하시고 은혜로 보호하시는 하나님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하나님께서 자신의 뉘우침을 기쁘게 여기시고 선한 결과로 갚아주고 계셨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씨는 이를 계기로 자살 계획을 철수했고, 정신적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건강한 죄책감 이씨는 신천지 탈퇴자로서 여전히 신천지 신도로 활동 중인 사람들, 신천지로부터 보호해야 할 한국교회 성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우선, 이씨 자신도 신천지로 인해 정신적인 고통을 얻고 소중한 시간과 관계들을 빼앗겼지만, 동시에 자신이 다른 이들의 시간을 빼앗고 관계를 파괴했던 가해자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 행동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겠다는 마음에 그저 평범한 일반인이었던 자신이 어떤 행동까지 저질렀는지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다 자신의 잘못이라는 짐을 져야 하나?”, “피해자의 회복이 우선이야”라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이씨는 이에 동의하면서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상처가 회복되는 경험만 하고 가해자로서 했던 행동을 반성하는 과정이 없으면 삶에서 비슷한 유형의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저지른 잘못이나 과실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건강한 죄책감’이라는 생각에 자신이 저질렀던 부끄러운 행동들을 드러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정신적 고통까지 겪었던 이씨였기에 어떻게 그 과정을 극복하며 회복했는지 공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씨는 신천지에서 활동했던 당시의 이야기를 주변, 그리고 필요한 이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씨는 하나님이 알고 싶었던 순수한 마음이 신천지로까지 이어졌던 터라 한국교회가 성경공부에 힘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바르고 훌륭하게 성경을 가르쳐주시는 교회와 교역자분들이 많지만, 여전히 성경에 목말라하는 성도들이 많아 성경 전체를 체계적으로 가르쳐줄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교회 내 성경공부의 필요성과 보완점에 대해 강조했다. 더불어 한국교회 성도들 역시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것을 권면했다. 이씨의 경험상 성경의 전문적인 해석보다 그저 내용을 제대로 읽지 않아서 종교사기의 피해를 본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씨의 바램처럼 한국교회는 성도들의 성경공부에 대한 목마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며 신천지의 실상을 폭로하는 이씨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아야 한다. 이씨의 바램과 노력이 열매 맺어 신천지로부터 한국교회 성도들이 안전하길 소망한다. - Copyrights ⓒ 월간 「현대종교」 허락없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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