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지원 소장님을 알게 된 건 초등학교 6학년 수련회에서였다. 그때까진 많은 학생 중 하나일 뿐이었다. 대학생이 된 후 한 학기 동안 소장님의 강의가 개설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운 좋게도 수강신청 전쟁에서 승리하여 인기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소장님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탁 소장님 강의 과제를 위해 정체를 숨기고 이단 교회 본부에 잡입하기도 했고, 「현대종교」 월간지 발행일에 맞춰 발송을 도우러 2시간 거리의 중랑구에 방문하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결혼 축하 카드도 보내주셨다. 그 생생한 기억들은 10년의 세월과 함께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신천지 출입금지>라는 문구는 어느 교회에서나 볼 수 있는 경고장이다. 그만큼 신천지의 위세는 강해지고 있다. 만약 교주가 죽은 뒤 다른 이단처럼 지도층의 이권 다툼으로 분열한다고 해도, 다시 새로운 이단이 등장할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되는 이단과의 싸움을 멈출 수 없을까?독일의 정치학자 카를 슈미트(Carl Schmitt)는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을 정치적인 것이라고 정의했다. 엄격한 잣대로 이단을 구분하고, 구별된 우리 편이 하나로 뭉쳐 싸우는 것은 정치적인 방법이다.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인 것 같다. 하지만 정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정치란 적이 있어야만 유지될 수 있기에 싸움이 계속되어야 한다. 어쩌면 이런 상황을 가장 즐기는 것은 사탄인지도 모른다.현실의 문제 앞에서 이단과 싸우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이단을 만든 우리의 일그러진 모습을 제거하는 것, 내 안의 이단성을 없애는 것이다.이단(異端)은 말 그대로 끝(端)이 다름(異)을 의미한다.그런데 이 말은 끝을 제외한 처음과 중간이 유사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신천지든 우리든 모두 열심히 전도한다. 차이는 그 열정의 방향이다. 그리스도를 향하는가, 자칭 보혜사를 향하는가. 어쨌든 이단 역시 우리의 긍정적인 모습(열정)을 표방하는 셈이다. 그만큼 이단은 정통과 닮아 있다. 이 말은 이단의 부정적인 모습이 우리의 그늘진 모습임을 의미한다.이단의 가장 큰 문제는 ‘교주의 신격화’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욕망과 결합하여 반사회-비윤리적 문제를 야기한다. 이 근본적 문제는 우리 안에도 존재한다. 정도가 덜하고 이단으로 정죄 되지 않았더라도 누군가를 절대시하는 모습은 분명 이단적이다. 카리스마 있는 목회자, 신앙의 본질을 꿰뚫는 작가, 마음을 울리는 찬양인도자 등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성경은 그 훌륭한 아브라함, 모세, 다윗, 솔로몬조차 평범한 인간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인간을 사용하는 하나님만이 위대할 뿐, 인간은 다 똑같다. 만약 누군가를 나와 다른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그를 예수님과 같은 신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과 다르지 않다.그럴 의도가 없다고 해도 결과는 같다. 그 사람의 말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모두 수용하는 것이 맹목적 믿음이고, 그가 어떤 잘못을 해도 “그럴 리 없다”며 믿지 않는 것이 신격화다.이런 태도로 신앙생활을 한다면, 아직 이단은 아니라고 해도,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이단성을 가진 셈이다. 비록 나는 이단이 되지 않더라도, 날 닮은 누군가는 이단이 될 수 있다.나 역시 이단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단은 끝이 조금 다를 뿐 정통과 닮아 있으니 말이다. 더 큰 문제는 늘 그런 신앙생활을 해왔기에 스스로 눈치 채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신은 늘 진리 안에 있다고 믿으면서, 무지하고 타락한 사람들이 자신을 핍박한다고 생각하는 모습. 지금 이단들의 하소연 아닌가.이단은 진리의 왜곡이다. 결코 스스로 만들어질 수 없다. 우리 모두가, 그리고 내가 이단이 되지 않는다면 이단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내 안에 작은 이단성도 허락하지 않는다면, 경계하지 않아도 이단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 현란한 말솜씨로 그럴듯하게 성경을 해석해도, 결국에는 맹목적 믿음을 강요할 테니 말이다.그러니 기억하자. 적과의 싸움을 멈추고 싶다면, 내가 먼저 적의 모습을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그때 비로소 이단은 사라지고 교회는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다.* 외고의 경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