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들은 근본적으로 이 세상 모든 문제에 대해서 바르게 생각할 수 있게 된 이들이므로, 자살에 대해서도 그리스도인들은 두 가지 정확히 대립되는 생각을 동시에 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 하나는 자살은 스스로 자신이기를 포기하는 연약한 방식이라는 생각이고, 또 하나는 자살은 자신의 목숨을 자기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강한 자기주장의 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살은 한편으로는 연약한 것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지극히 강한 자기 주장이다. 이렇게 자살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야누스와 같은 존재이다.그리스도인은 이런 자살의 양면성과 복잡성을 누구보다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는 생명이 진정 무엇인지를 성경을 통해서 하나님으로부터 배워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예를 들어서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에 나타나는 것과 같은 아름다운 자살처럼 보이는 것도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주어진 생명의 선물 앞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비로소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들이다. 생명의 의미에 비추어서 생각해 본다면 도대체 아름다운 자살이란 없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개인적 자살이나 사회적 현상으로서의 자살 문제에 대해서도 일종의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살하는 이들을 그저 생명을 경시하는 이들로 무시하거나 그저 불쌍히 여기는 것으로는 그리스도인이 이 세상 속에서 제대로 된 생각을 하고, 제대로 그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은 과연 자살을 권하는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것일까?첫째로,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삶과 말과 행동, 때로는 상담과 격려로써 자신이 깨달은 생명의 참된 의미를 세상에 알려야 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온 생명의 의미를 알고 그리스도의 구속으로 말미암은 진정한 생명에 참여하여 그 영생 가운데서 사는 사람들이라면, 우리는 개인의 삶과 공동체적인 삶으로써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그 진정한 생명과 그 의미를 잘 드러내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 일을 제대로 감당할 때 우리는 이 세상에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주어진 진정한 생명을 드러내는 일을 감당할 뿐만 아니라, 온 세상에 하나님이 원하시는 생명을 전달하는 일도 하는 것이다.둘째로, 우리는 생명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주위에 열심히 알려야 한다. 생명은 우리가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로서 그 생명이 주어져 있는 기간 동안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를 수행해야만 한다는 생명에 대한 청지기 의식을 온 세상에 알려야 한다.셋째로, 자살 충동을 느낄 만하거나 사회적 압력으로 그런 유혹에 다가갈 수 있는 이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우리의 손길을 펴는 역할도 감당해야 한다. 복음을 전하여 그들이 진정한 생명의 의미로 돌아오기 이전에 일단은 그들의 물리적 생명이 유지되어야 그들이 복음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넷째로, 주변에 자살한 이들이 있는 가정들에 대한 적절한 돌봄과 상담의 노력도 그리스도인이 힘써야 할 일의 하나이다. 이미 발생한 가족의 자살 때문에 어려워하는 이들이라도 품에 안고서 그 상처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다섯째로, 우리 사회 속의 병리 현상처럼 나타나는 사회 구조적 문제 가운데서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일을 막기 위한 제도의 변화를 위한 노력도 끊임없이 힘써야 한다. 카드빚 때문에 죽음을 선택하는 이들, 인간관계의 좌절 때문에 죽음을 선택하는 이들이 좀 더 줄어들 수 있게끔 카드 제도를 좀 더 잘 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사회가 사람들의 생명을 존중하도록 하는 제도적 노력에 힘써야 한다.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우리가 과연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의 부활 생명에 참여하는 이들인지를 깊이 있게 생각하면서, 우리가 이 세상 가운데서 벌여야 하는 풍성한 생명 운동의 한 부분으로 자살로 내몰리는 이들을 도우려는 일로 나아가야만 할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참 생명을 부여받았을 뿐만 아니라, 생명의 참된 의미를 배운 이들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기독교 세계관으로 바라보는 21세기 한국사회와 교회』(SFC) 내용 중 ‘7장 한국 사회의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기독교적 반응’(pp.107~113) 부분을 저자 이승구 교수의 허락을 받아 발췌 및 요약하여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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