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2세들의 가족 관계, 하나님과의 관계를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2세들이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궁극적으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요? ‘적절한 정서적 거리두기’와 ‘기억의 회복’을 위해, 돕는 순서와 방법이 중요합니다. 도우려는 자가 원하는 때에 편안한 방법으로 다가가기보다 듣는 자의 상황을 민감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의 마음으로 2세들을 안타까워하다 보면, 그동안 이단 교주로 인해 왜곡된 교리를 하루빨리 수정해주고 바른 복음을 전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하나님에 대한 말로 하는 교육뿐만 아니라, 이들의 몸에 기억된 하나님에 대한 수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나님에 대한 생각보다 먼저 떠오르는 몸에 기억된 부정적인 정서가 충분히 다르게 경험될 때, 교리적인 부분을 받아들이는 토양이 될 것입니다. 이단 집단에서 빠져나 온 2세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네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첫째, 반응보다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들이 예상과 다른 행동을 보일때, 그 행동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섣불리 판단하고 반응하지 말아야 합니다. 2세들에게는 익숙했던 찬양의 곡조, 성도들의 표정, 교회에서 식사하는 풍경에서 떠올리는 특정한 기억이 다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통교회 목사님 설교가 클라이맥스로 향할 때, 나를 혼내고 지옥으로 협박하던 교주의 목소리, 눈빛의 기억이 인식하지 못한 채 겹쳐지고, 그때의 불쾌감, 두려움에 순간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성도들의 따뜻한 미소에서 어느 순간, 가식적으로 교주를 향해 웃어야 했던 역겨움이 떠올라 슬퍼질 수도 있습니다. 지나가면서 흘끗 보는 누군가의 눈초리에 신흥종교집단에서 늘 감시받고 가슴이 답답했던 기억에 뛰쳐나가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이처럼 몸이 기억하는 방식을 생각하면서, 2세들의 태도, 행동, 언어를 오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들의 눈빛과 행동을 나에 대한 무시, 하나님에 대한 공격, 교회에 대한 분노로 판단하기 이전에, 그 순간, 어떤 기억과 마음이 작동하는지 멈춰서 이면의 감정을 듣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둘째, 개개인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2세들 주변에 어떤 긍정적인 관계 경험이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일한 경험을 해도, 개개인의 상처받는 정도, 회복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이전에 맺은 다른 관계들은 이후 새로운 관계 경험에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현재 2세가 가족과 분리되어 있다면, 친밀한 관계를 원하지만 유사한 갈등 상황이 생길 때 또 쉽게 떠날 가능성이 있습니다.반대로, 가족과 강하게 밀착되어 있는 2세라면, 불안이 올라올 때 누군가에게 강하게 의지하기 쉽지만, 개인적으로 하나님과 만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주변에 ‘적절한 거리’에서 지지하고 기다려주고 믿을 수 있는 가족, 친구가 있는 2세는 이전 신흥종교집단에서의 트라우마적 경험에서 회복하는 데에 시간과 노력이 단축될 것입니다.셋째,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하나님과 교회에 관해 몸에 남은 부정적인 기억을 새로운 긍정적인 경험으로 다시 기억되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이는 불쾌하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느낌 대신, 긍정적이고 따뜻하고 안정 된 느낌을 다시 연결해주는 시간이 됩니다. 이 과정에는 안전한 대상과 환경이 필요합니다. 영아가 칭얼거릴 때의 상황을 상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건강한 부모는 그 칭얼거림을 아이의 문제로 보거나,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대신에 그 짜증과 울음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고, “괜찮아, 기저귀가 불편하구나”, “배가 고프구나” 등으로 아이의 고통이 어떤 건지 관심 갖고 이해하면서, 아이에게 따뜻하게 돌려줍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에게 불편하고 나를 화나게 하는 세상에 대한 경험은 이해할만한 경험으로 되돌려집니다.
이처럼 마음을 담아주는 대상이 있다면, 2세들에게 종교, 교회 공동체, 하나님에 대한 이해할만한 경험이 쌓여갈 것입니다. 안전한 환경은 비슷한 또래 집단에서의 자유롭고 즐거운 공동체 경험들, 교회 공동체에서의 새로운 경험들이 모두 가능합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과 신앙이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자기다움이 존재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신흥종교 2세들은 지나치게 내 마음, 내 욕구, 내 생각과 상관없는 역할을 요구받으면서, 이 공간과 시간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완전히 분리되지는 않지만 조금 떨어져 있어도 되는 자유로움, 놀이의 시공간이 허락될 때, 내 마음과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 있는 세상을 조금씩 배우고 통합하게 됩니다. 그때, 성경에서 주시는 말씀을 내 방식대로 왜곡해서 듣거나, 실제 나의 삶과 관계없다고 여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내 마음과 생각을 인식하면서, 동시에 하나님 말씀의 의도와 그 감정을 통합해서 느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끝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과 할 수 있는 능력의 차이를 인정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모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경험하게 해주신 방법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쉴 새 없이 변하는 감정, 행동이 아닌 그 이면의 마음을 관심 갖고 들으시고, 각자의 상황을 이해해 주십니다. 우리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픈 상처들을 다시 새롭게 회복시켜주시고, 그 과정 중에 직접 안전한 대상과 환경이 되어 주십니다.도움을 주고자 하는 자가 그 경험에 먼저 참여하고 전해야 합니다. 이 일의 시작과 끝은 하나님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낫는 병도 있고 낫지 않는 병도 있습니다. 금방 회복되는 병도 있고, 오랫동안 회복되지 않는 병도 있습니다. 좋아진 것 같다가, 갑자기 안 좋아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먼저 하나님을 신뢰하며,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과 능력만큼 이들의 곁에 있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그런즉 심는 이나 물 주는 이는 아무 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이니라 (고린도전서 3장 7절)이제 신흥종교 2세들의 심리를 이해하고자 했던 3개월의 짧은 여정을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1편의 ‘정서적 거리두기’에서는 교주나 교리에 대한 문제점을 알고서도 가족과의 관계로 인해 쉽게 탈퇴할 수 없는 2세들, 또는 탈퇴를 결심하기는 했으나 가족들과 정서적 관계까지 끊어내고 정말 외롭게 떨어져 있는 2세들의 마음을 알아보았습니다.2편의 ‘몸으로 기억하는 하나님’에서는 탈퇴한 2세들이 막상 새롭게 교회 생활을 시작하려고 노력하지만, 마음처럼 하나님이 믿어지지도, 교인들과 관계 맺기도 어렵게 몸이 먼저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을 하나님 이미지와 뇌가 기억하는 방식으로 이해해 보았습니다. 이번 호에서 가족과의 관계,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기 위해 우리가 다가갈 수 있는 네 가지 방법을 제안해 보았습니다. 이 맺음에서 2세들의 회복을 돕는 또 다른 여정들이 새롭게 시작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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