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대화 중에는 “신앙심이 깊다”라든지 “믿음이 별로 없다”면서 특정인의 신앙심의 정도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신앙심이 ‘신이나 초자연적 절대자를 믿고 따르는 마음’이라면 당연히 그 마음의 강도가 강할 수도 있고 얕을 수도 있겠다. 에모리(Emory)대학교 신학대학의 파울러(James Fowler, 1940-2015) 교수는 ‘신앙발달(faith development)’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하였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혼란스러운 세상으로부터 일종의 질서를 확립하여야만 한다.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사람은 자신이 믿고 살아갈 수 있는 체계적인 의미를 발견하거나 만들어나간다. 이런 의미에서 “신앙은 사람들의 세상살이에 질서를 유지시켜 주는 ‘가치와 힘의 중심(centers of value and power)’을 알아차리고 헌신하는 방식”이다. 다른 말로 하면 “신앙은 인간 존재의 궁극적 조건(ultimate conditions)들을 파악하고, 그것들을 자신의 반응과 주도성과 행위를 조성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포괄적인 이미지로 통합하는 것”이다.파울러에 의하면 신앙은 다음과 같은 7단계를 거쳐 발달해나간다.1. 0단계: 원초적-미분화된 신앙이 첫 단계는 영아기에 시작되는 신앙의 형태로서, 신앙이라고 부를 수 없는 ‘전(前)-단계’이다. 부모 및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의 상호성 안에서 형성되는 언어 이전의 단계라고 파울러는 설명한다. 이것은 돌봄과 상호 교환과 상관성의 기본적 의식 안에서 형성된다.2. 1단계: 직관적-투사적 신앙3세에서 7세에 어린이들이 가지는 신앙적 특징은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이다. 이 단계의 신앙은 어린이들이 부모 등과 같이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어른들이 보이는 신앙의 실례들이나 분위기, 이야기 등에 의해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영향받을 수 있는 환상으로 가득 찬 모방적인 단계다.
3. 2단계: 신화적-문자적 신앙이 단계의 신앙은 초등학교 시기 및 그 이후에 나타난다. 이 단계에서는 다른 사람의 관점 속으로 들어갈 수 있고, 설화 및 이야기 안에서 삶과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직관을 믿지 못하고, 진리는 외부적인 기준에 의해 결정된다. 문자 그대로의 도덕을 따르려 하고, 상징적 의미들은 구체적이다.4. 3단계: 종합적—인습적 신앙이 단계의 신앙은 특별히 청소년 초기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신앙은 가치나 정보들을 종합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권위들과 심각한 충돌을 일으키게 되고, 이전에는 신성하고 파기될 수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던 종교적 교리나 의식(儀式)들과 갈등을 일으킨다. 그리고 자신 나름의 가치를 형성하고 그것에 의해 종합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5. 4단계: 귀납적—반성적 신앙청년들에게 주로 많이 나타나는 이 단계에서는 피할 수 없는 긴장에 직면한다. 그것은 우리의 삶 속에서 지금까지 무비판적으로 형성된 가치와 신념에 대해 묻고, 검사해 보고, 교정하는 것이다. 이런 직면을 통해 이제는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 대한 자신의 역할(들)이나 의미(들)의 구성에 의하여 정의되지 않는다.6. 5단계: 결합적 신앙이 단계는 주로 중년기 또는 그 이후에 나타난다. 이 단계에서는 삶 속의 대립되는 부분 또는 양극성의 포용과 통합하는 방향으로 나간다. 진리는 더 이상 양자 간의 선택이 아니라, 상대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결과로, 이제는 모순적인 진리를 편하게 수용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나 신앙적으로 이분법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없게 된다.7. 6단계: 보편적 신앙소수의 사람들만이 이 단계에 도달한다. 이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현재의 삶과 궁극자와의 일치된 삶의 불일치가 초래하는 간극을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 단계에 도달한 사람들은 ‘궁극적 환경’과 하나 됨을 느끼고, 모든 존재를 다 받아들이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또한 그 노력 때문에 처벌을 받기도 한다. 간디나 링컨, 마틴 루터 킹 등이 이런 단계에 도달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모두 암살당했다는 사실은 이런 단계의 신앙을 가지고 현실 속에서 실천하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파울러의 신앙발달 이론은 신앙 연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할 만큼 큰 공헌을 하였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3단계의 신앙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그의 연구는 특정한 종교에 대한 신앙의 독특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신앙은 경외, 공포, 근심, 기쁨, 보상, 축하, 구속, 그리고 황홀경 등과 같은 종교 신앙 경험의 독특성과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아쉽게도 그의 이론은 지나치게 인지적 전통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종교 경험을 다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Copyrights ⓒ 월간 「현대종교」 허락없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