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주를 신격화하는 것에 맞춰진 교리, 가스라이팅으로 자리 잡은 신념, 끈끈해진 공동체 등의 이유로 이단을 탈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수많은 탈퇴자가 생겨나고 있다. 거짓으로 다져진 신념이라, 작은 틈이 생기는 순간 순식간에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 틈은 무엇이고 언제 어떻게 생겨나는 것인지 살펴보았다.
번아웃증후군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무기력증, 우울증에 빠지는 현상의 심리다. 계속된 사회적 비판, 끝없는 포교, 살아남기 위한 무한 경쟁 시스템에 염증을 느끼고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는 신도의 삶과 유사하다. 활동 초기 이단들이 제안하는 스파르타식 훈련에 순간적으로 희열을 느낄 수 있지만 오래갈 수는 없다. 이단 탈퇴자들 역시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정에, 수면과 식사 시간도 보장되지 못한 일상에 결국 지칠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상승정지 증후군
인생의 목표를 세워놓고 끝없이 전진하던 사람이 어느 날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다고 느끼며 허무하고 공허해하는 심리다. 이단들은 믿음의 단계, 14만 4천과 같이 특별한 단계에 올라야 한다고 가르친다. 목표치가 구체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다다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신도들은 좌절감을 느끼고 탈퇴를 결심한다. 신천지의 경우 14만 4천 신도가 채워지면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린다고 설파해왔다. 그러나 신도가 다 채워질 즈음 인 맞은 14만 4천 신도가 채워져야 한다고 교리를 변개했다. 2017년 8월엔 “신천지 12지파 인 맞음 확인 시험”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신천지 교주 이만희는 “90점 미만은 (구원을 받을 수 있지만 제사장의 역할을 감당할 수 없는) 흰무리”이며, “(한정된 제사장 숫자) 144,000까지 등수를 매기겠다”는 특별 지시사항을 내렸다. 이를 계기로 많은 신도가 허탈감을 느끼고 탈퇴를 결심했다.
보보인형 실험
인간은 직접적인 경험과 보상을 통해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동과 그 결과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모방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실험을 말한다. 평소 이단들은 “탈퇴했더니 그 사람과 가족이 저주받았다”, “사고를 당했다”는 말로 협박하며 신도들의 이탈을 막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탈퇴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지낸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며 생각이 바뀌게 되고 결국 탈퇴를 결심한다.
거울자아
다른 사람에게 자기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상상해보는 심리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면서,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하고 스스로 탈퇴를 결심하게 된다. 내가 이 교리를 왜 믿는 걸까. 내가 따르고 있는 이 교주가 진짜 이 시대의 구원자일까. 기성교회 사람들이 계속해서 비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리라고 외치면서, 거짓말을 동원해 포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 자신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면서 모순을 깨닫는 것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이단 탈퇴자들 역시, 굳건한 신념이 깨지는 결정적 이유는 작은 의구심에서 출발한다고 고백한다.
좌절 효과
어떤 보상을 기대했다가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좌절하는 심리다. 정통교회보다 더욱 깨끗하고 선한 공동체라고 믿어왔다. 남다르기에 하나님께서 특별한 은혜를 부어주실 것이라고 기대해왔다. 그러나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교주의 성 문제와 재정 문제에 실망을 넘어 잘못된 종교를 선택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겨난다. 이뿐만 아니라 이단 사이비 단체들이 주창해온 시한부종말 사상도 마찬가지다. 그날만 바라보며 달려왔는데 반복된 종말의 실패로 깊은 허탈감을 느낀다. 중요한 것은 기대했던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안 행동을 모색하려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기대했던 모습과 다른 단체와 교주에 실망하고 탈퇴라는 대안을 선택하게 된다.
사상누각이다. 잘못된 교리로 신앙심과 신념을 쌓아왔기에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탈퇴의 계기는 다르겠지만, 한 번의 의심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은 일맥상통했다. 신천지가 거짓말로, 정명석과 이재록이 성 문제로, 신옥주가 신도 폭행 문제로 수많은 신도를 잃었다. 신도들이 한 번의 의심을 할 수 있도록 꾸준한 정보제공이 필요하다. - Copyrights ⓒ 월간 「현대종교」 허락없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