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민중앙교회를 떠나 새로운 시작 (3)

만민중앙교회를 떠나 새로운 시작 (3): 현대종교 | 김솔(가명); 2021.09.24 11:15 입력 | 2021.09.24 11:18 수정

‘이재록 = 성령’ 신격화의 전조 증상 성폭력 사건을 통해 ‘이재록=성령 하나님’이라고 말했다는 것이 내겐 적잖은 충격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만민중앙교회에서 이재록씨가 성령이라고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신격화는 계속 진행되어왔다. 아버지 하나님이 해, 달 속에 주님과 목자님의 형상을 넣어 놨다고 한다던가, 피를 다 쏟았는데 하나님께서 죄성 없는 피로 채워주셨다던가, 재창조의 권능이라던가, 강단 벽에 주님의 재림과 성도들의 휴거를 다룬 그림이 걸려 있는데 중앙을 보면 이재록씨가 먼저 올라가고 있는데 빛으로 둘러 쌓여 있다던가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만민중앙교회를 열심히 안 다닌 건지, 아니면 어렴풋이 알고서도 애써 외면한 건진 잘 모르겠으나, 나는 기본적으로 마지막 때 많은 영혼을 깨울, 아버지 하나님이 친히 쓰시는 권능의 목회자로 인식했다. 그래서 성탄절 때의 남선교회 만남에서 이수진씨가 “‘또 한 분, 주’가 너무 보고 싶어요”라고 한 말에 이재록씨가 ‘또 한 분, 주’가 자기를 지칭하는 거였다고 말한 것이나, 주님을 낳으시고 자기를 낳아서 육으로 보면 형, 동생 관계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나중에 접했을 때 그동안 알게 모르게 진행되어 온 신격화의 퍼즐이 맞춰진 기분이었다. JTBC의 여신도 성폭력 첫 보도 이후 열심히 신앙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청년선교회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단톡방에서 공지가 나왔다. JTBC에서 당회장님에 대한 악의적이고 편파적인 보도가 나가고 있으니 보지 말라는 당부였다. 물론 이전에 99년 PD수첩에 대한 내용이나 주요 교단들의 이단연구 보고서 등을 접해보긴 했었으나, ‘아니야, 목자님이 교계에 진출하시면 모든게 다 해결될거야’라고 생각했던 나는 도대체 왜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생각했다. 그래도 처음엔 한동안 TV나 인터넷 뉴스는 전혀 보지 않았다. 가끔 택시를 타고 만민중앙교회로 가주세요”라고 말하면 기사님이 거기 성폭행 뉴스 나온 곳이냐고 물어봤다. 그러면 나는 “저희 목사님 그런 분 아니에요. 다 밝혀질거에요”라고 말했다. 교회에서 JTBC의 편파방송을 중지하라는 입장을 밝히는 행사에서도 피켓을 들고 함께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이 99년 PD수첩 사태와 상황이 같은가? 지금은 SNS 등을 통해서 소식을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헤드라인 정도이지만 계속해서 소식을 접했다. 그래도 7년간의 공의가 끝나고, 분명 대언에서는 정말 악한 자가 자기를 건드리지도 못한다고 했었는데, ‘수사 단계에서 혐의없음이라고 결론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경찰 조사에 출석했다는 뉴스에서 본 이재록씨의 모습은 내가 지금껏 봐왔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그 모습을 보고 내가 지금껏 믿어온 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겠다는 의심이 들었다. 여러 자료들을 접하면서 더 이상 교회의 이야기를 신뢰할 수 없어서 나름대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우선 청년 단톡방에서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차단하라고 한 정모 전도사와 신모 목사에게 연락을 취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분들의 연락처를 평소라면 알길이 없었을 것 같은데, 교회에서 그분들을 차단하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준 것이 실수이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렇게 두 분에게 나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다음으론 우연히 알게 된 탈만민 오픈카톡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서 탈퇴자들의 서신을 빠르게 접해볼 수 있었고, 특히 녹취록을 접할 수 있었다. 그 중 두 가지의 파일은 내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하나는 피해 자매와 이재록씨의 통화 녹취인데, 거기서 이재록씨는 분명 “난 너 정말 영적으로 사랑했지, 육의 사랑은 거들떠도 안 봐”라고 한 내용이다. 육의 사랑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설마 진짜 성관계가 있었던 거였을까? 그리고 두 번째 녹취록은 피해자의 가족과 세뇌된 피해자 사이의 대화 녹취 파일이었는데 “당회장님은 사람이 아니야. 그거면 다 해결돼”, “아버지가 죄가 아니라고 하시면 그건 죄가 아닌 거야. 당회장님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는 거에 대해 아버지는 내가 죄가 있다고 했어. 그럼 내가 죄인인 거야. 그걸로 정리하면 돼”, “꾹 참고하는 게 아니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아버지께서 목자님께 죄 없다 하셨으면 그건 죄가 없으신 거야. 그리고 그분은 온전하신 분이야. 그러면 목자님에 대해 내가 이상하게 생각을 하고 있어. 그럼 내가 죄 있는 거지” 등의 대화 내용이었다. 들으면서 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다. 강단에서 그렇게 음란의 죄에 대해 경계하던 사람이, 눈물로 같이 새예루살렘 가자던 그 사람이, 예능위원회 자매들한테 목자와의 신뢰, 순종으로 옥죄어 그렇게 문란한 생활을 했다니 더이상 만민중앙교회를 다닐 수 없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중적인 생활, 그리고 방황의 시간 만민중앙교회를 나가려고 생각은 가지게 되었지만 나 혼자서 나간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아직은 부모님이 만민중앙교회를 다니고 계셨기 때문에, 지금 당장 잘못되었다고 나가자고 하기에는, 부모님 나름대로 그 안에서 은혜도 받고 체험도 있었기 때문에 쉽게 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1심 판결 이후에는 말씀드리기 수월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한동안 겉으로는 성실히 신앙생활하는 만민중앙교회의 양 떼인 것처럼, 뒤에선 탈만민 분들과 이단 상담사 분께 정보를 받으면서 부모님 설득을 위한 준비를 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이중적인 생활에도 한계가 왔다. 더 이상 설교에 은혜도 받지 못하고 그 안에 있는 시간에 지쳐가고 있었다. 그래서 점점 예배에 참석도 안 하게 되고, 선교회 기관 모임에만 잠깐 얼굴 비추는 정도가 되게 되었다. 이런 생활을 하는 것도 부모님이 얼추 눈치를 채기 시작하셨다. 결국엔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긴 했으나 예상한 대로 서로의 입장은 좀처럼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감정이 제어되지 않고 폭발하여 부모님이 만민중앙교회를 계속 다니시든 말든 신경을 끄기로 했고, 그대로 만민중앙교회를 나오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하나님의 존재도 계속 의심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모태신앙으로 살아온 세월이 한순간에 부정당하는 느낌마저 들면서 정말 그 당시 상태로 병원을 갔으면 분명 우울증 진단을 받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정말 무너져 있었던 상태였다. 삶이 무기력해지고, 정말 죽고 싶은데 죽을 용기조차 없어 사는 상태로 계속 지내오게 되었다. 이걸 누구에게 맘 놓고 터놓을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회심 탈만민 단톡방에서 몇 번인가 교회 추천 리스트들이 올라오곤 하였다. 만민중앙교회를 나오고 나선 주말에도 집 안에 틀어박혀 외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때 추천 교회 리스트 중에 집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교회가 눈에 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님의 이끄심이 있었던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 당시엔 그냥 막연하게 만민중앙교회 말고 다른 교회들은 어떻게 예배드리나 구경이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청년부 예배에 참석하게 되었다. 낮선 예배 풍경, 만민찬양만 부르느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CCM, 적응이 되질 않았다. 그런데 찬양 중 “주 사랑이 내게 들어와”라는 찬양을 할 때였다. 분명 신나는 느낌의 찬양인데, 가사 중 “주 사랑이 내게 들어와 모든 어둠 사라지게 해”라는 가사를 따라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꽉 닫혀있던 마음 문에 계속해서 문 두드리시고 찾아오신 예수님을 다시금 만나는 순간이었다. 다른 성도님들이 일어서서 충만하게 찬양하는 동안 난 자리에 앉아서 설교 시작 전까지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그 날 바로 새가족 등록을 하게 되었다. 탈만민 분 중 누군가는 자기가 만민중앙교회 출신임을 밝히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셨다. 이단 출신이라는 것에 색안경 끼고 볼 수도 있으며 등록을 거부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나는 내 배경을 적어도 담당 사역자는 알아야 심방 등에서 내상태를 더 잘 진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가족 등록을 할 때 이전 교회가 만민중앙교회임을 당당히 쓰고, 다만 지금까지 교회를 다닌 것이 아니라 교회 흉내를 내는 유사교회에 다닌 것이며, 거기서 받은 세례도 잘못된 삼위일체를 가르친 곳에서 받았으니 새롭게 시작하며 양육 받고 세례 받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 후, 에필로그 지금은 제자훈련도 마치고, 교회에서 리더로서, 그리고 교회의 다양한 사역들을 섬기고 있다. 만민중앙교회에 있는 친구 중 누군가가 SNS 등을 통해 내 근황을 보고 느끼는 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목자(이재록)의 공간 안에 있지 않더라도 충분히 세상에 빠지지 않고 믿음을 지킬 수 있고, 죄를 버리기 위해 충분히 힘쓰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계속 만민중앙교회에 남으시겠다던 부모님도 재판이 3심까지 가도 만민중앙교회가 말하는 대반전은 없고, 쌍둥이파의 분리, 또 이수진씨와 모 전도사의 관계, 낙태 등을 폭로한 보고서 등을 접하시면서 은혜가 떨어지고 최종적으론 나오시게 되었다. 이후 내가 추천해드린 교회에 다니시게 되었다. 어찌 되었든 가족 모두가 만민중앙교회를 나오고 가족 간의 화목도 다시 회복될 수 있었다. 다만 정말 한때 그래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달려왔던 청년 친구들과 같이 나오지 못한 것에는 아쉬움이 든다. 그래도 건너 들리는 이야기론 코로나라는 상황과 지금 계속된 만민중앙교회 내의 상황으로 뜨거움은 예전만 못하게 된 것 같다. 부디 신앙까지 잃지 말고 나처럼 잘못된 점을 속히 깨달아 만민중앙교회를 나오고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이단에 있다고 하더라도 정말 대부분은 순수하게, 뜨겁게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다만 잘못된 교회와 교주를 만나 그릇되게 믿게 된 것 뿐이다. 하지만 내 경험상 주님은 그 안에 있는 영혼들을 포기하지 않으신다. 끊임없이 그곳이 잘못되었다는 시그널을 주신다. 비록 나처럼 잠깐은 방황하더라도, 주님을 다시 찾고자 한다면 다시 만나주시는 분이시다. 혹시나 아직 만민중앙교회에, 또 다른 이단에 계신 분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주님께서 본인에게 주시는 시그널이 아닐까 고민해보면 좋겠다. 주님께서는 여러분을 올바른 길로 돌이키길 원하신다는 것을.(끝) - Copyrights ⓒ 월간 「현대종교」 허락없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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