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정책, 복장규정 완화한 여호와의 증인 중앙장로회
■ 노르웨이서 종교 등록 취소 확정되자 부랴부랴 교리 수정
■ 결국 법적 지위 다시 갖기 위한 꼼수 ‘의혹’
여호와의 증인이 강하게 고수하고 있던 제명정책과 복장규정을 완화했다. 이전까지는 제명처분자에 대해, 별도로 선정된 장로들이 대개 ‘한 번만’ 만나도록 했었다. 하지만 이번 변경을 통해 ‘여러 번’ 만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리고 제명된 사람이 회중 집회에 왔을 경우 길게 대화하거나 교제를 나누지는 않지만, 완전히 못 본 척할 필요는 없게 됐다. 이전에는 아는 체도 하지 않고 철저하게 무시해 왔다.
복장규정과 관련해서 여성들은 집회나 대회에서 바지를 착용할 수 있게 됐고, 남성들은 넥타이를 매거나 양복 상의를 입지 않아도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 여호와의 증인이 그토록 고수하고 있던 제명정책과 복장규정을 수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순수하지 않은 속내를 들여다봤다.
▲여호와의 증인 2024년 중앙장로회 보고 제2보(출처:여호와의 증인 홈페이지) |
제명 처분은 증인 내 인간관계 단절
속내를 들여다 보기 위해서는 먼저 여호와의 증인 내부에서 제명자 혹은 이탈자들에게 어떤 처분이 내려지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여호와의 증인에서 제명(이탈) 처분을 받게 되면 증인 내에서의 모든 인간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 있다.
가족관계도 예외는 아니다. 미성년 자녀의 경우 일상적인 대화만 가능하다. 하지만 결국 증인 조직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는 자는 멀리하고, 독립시킨다. 그리고 문자나 전화 등 연락조차 금지된다. 아동학대의 소지도 다분한 부분이다.
여호와의 증인은 이를 ‘사랑’이라고 포장한다. 소위 왕따를 시킴으로써 그들이 말하는 범죄자들이 회개하고 증인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가르친다. 이 때문에 불안, 공황장애, 우울증 등을 겪기도 하는데 말이다.
오슬로주법원, 노르웨이 정부의 종교 등록 취소 인정
여호와의 증인의 교리 변경을 가져온 사건이 있었다. 때는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르웨이 정부가 여호와의 증인에게 지원하고 있던 보조금을 중단했다. 그리고 이어 법적 인가를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여호와의 증인이 고수하는 일부 교리들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가족에 대한 제명 정책이 아동 학대 등의 범죄를 유발할 우려가 크다는 점도 결정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곧바로 여호와의 증인은 노르웨이 법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이에 오슬로주법원은 법적 인가 취소를 잠시 중지시켰다. 그리고 법정 싸움이 시작됐다. 2024년 3월 4일 오슬로주법원이 노르웨이 정부의 손을 든다. 여호와의 증인이 제명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여호와의 증인의 법적 자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노르웨이 정부의 결정이 합당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가족까지 단절하게 만드는 비인도적인 제명정책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이로써 노르웨이에서 여호와의 증인은 종교단체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게 됐다.
이어진 교리 수정 … 항소 위한 고육지책인 듯
오슬로주법원이 노르웨이 정부의 손을 들어준 날이 3월 5일이었다. 이어 제명정책, 복장규정 완화 등을 담은 ‘2024년 중앙장로회 보고 제2보’가 3월 15일에 업로드됐다. 시기를 봤을 때 노르웨이 법원의 판결과 여호와의 증인의 교리 수정에는 깊은 연관성이 엿보인다.
▲오슬로주법원의 재판 모습과 항소의 뜻을 밝힌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기사(출처:여호와의 증인 홈페이지) |
소송에서 진 후, 항소를 위해 교리를 수정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지점이다. 가족까지 저버리게 하는 제명정책과 빡빡하게 정해 놓은 복장규정 등을 완화함으로써 여호와의 증인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과, 문제가 됐던 제명정책을 변경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노르웨이는 특별한 종교정책을 갖고 있다. 인가된 종교 단체에 결혼 승인 권한과 정부에 보조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준다. 자칫 노르웨이에서 법적 인가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비슷한 종교정책을 취하고 있는 국가에서도 노르웨이의 판례를 근거로 법적 취소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법적 인가를 다시 확보하겠다는 노림수가 작동한 것이다.
본질은 변하지 않아 … 눈 가리고 아웅
눈 가리고 아웅. 탈퇴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딱 떠오르는 말이다. 탈퇴자들은 교리에 수정은 있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본질은 여호와의 증인에게 이득이 되는 노림수가 있다는 것이다.
한 탈퇴자는 “제명정책은 수정됐지만, 문제가 됐던 가족 간의 관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가족 왕따’ 등에 대한 직접적인 교리 수정은 없었다는 뜻이다.
다른 탈퇴자는 ‘한 번 이상 만날 수 있도록’ 교리를 수정한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피상적인 문구를 추가해 교리가 변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평가하면서 “복귀를 원하는 제명처분자인지, 배교적인 사상을 갖고 신도이기를 거절한 사람인지를 다시 한번 그리고 확실히 검증하기 위해 여러 번 만날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이라고 전했다.
겉으로는 교리를 수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배교자를 더욱 확실히 색출해내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폐쇄적이고, 비인도적인 교리가 더욱 견고해진 셈이다.
결국 법적 지위를 다시 얻기 위한 눈속임이다. 여호와의 증인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법적인 인가를 다시 받아 노르웨이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과 신도들의 대거 이탈을 막는 것이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탈퇴를 망설이는 이유는 가족이다.
제명이든, 이탈이든 가족과의 단절을 뜻한다. 여호와의 증인 입장에서는 제명정책이 너무 느슨하게 완화될 경우 대거 탈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거 탈퇴를 예방하고, 법적 지위를 다시 얻기 위해 두 개를 교묘하게 섞어 놓았다는 것이 탈퇴자들의 생각이다.
결국 이번 교리 수정은 신도들에 대한 사랑이나, 신앙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들을 억압하고, 시스템 안에 가둬 관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여호와의 증인 단체의 이익을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과도한 봉사 등을 강요하는 각종 정책에 대한 불만과 이를 통한 이탈과 교세 축소에 대한 근심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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