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래전부터 “지역을 다스리는 영들”(territorial spirits)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해 우리가 대적하는 활동을 해야한다는 주장들이 있었다. 이단들과 사이비 종교지도자들에 의해 국내 · 외적으로 주장된 바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런 잘못된 가르침에 미혹되어 그런 생각을 있을 수 있는 생각으로 여기고 있다. 먼저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의 기본적 주장을 언급하고,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논하겠다.
1. 지역을 다스리는 영들?: 피터 와그너의 주장을 중심으로 지역을 다스리는 영이 있다는 주장을 가장 열심히 하는 이는 피터 와그너(Peter Wagner)다. 그의 주장을 중심으로 이들의 견해를 요약해 보기로 한다. 와그너에 의하면, 예배당을 어떤 지역에 위치시키느냐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와그너는 아르헨티나의 오마르카브리라(Omar Cabrera)라는 목사의 예를 들어 언급한다. 그가 말하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곳이 적절한 예배당 처소라고 생각되면 먼저 홀로 기도와 금식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성령께서 그를 정화시키시고, 자신으로부터 분리시켜 예수님과 동일시하게 하는 데(to help him disassociate himself, and to identify with Jesus) 대개 2~3일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면 그가 세상을 떠나서 영적 전쟁이 벌어지는 영역에 있게 됨을 느낀다고 한다. 이 때 적들의 공격은 때로 아주 강력해 지고, 때로는 그런 영들을 물리적 형태로 보게 되기도 한다고 한다. 이 때 그 영의 이름을 알아내서 그 도시에 대한 그의 영적 지배(break their power over the city)를 파괴하는 것이 이 영적 전투의 목적이라고 한다. 그리하는데 대개 5~8일이 걸리나 때로는 그 이상의 날들이 필요하기도 하다고 한다. 어떤 때는 45일을 그리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영적 전투에서 승리하면 집회를 가질 때에 설교하거나 그들을 위해 기도하기 전에도 사람들이 구원함을 얻으며 병이 치유되기도 한다고 한다.1)
와그너는 이런 이야기를 많이 전하는데,2) 이런 이야기 속에서 와그너 등이 말하는 지역을 다스리는 영들과 그들과의 영적 전투가 어떤 것인가가 잘 드러난다. 한 거리를 사이에 두고도 그 양편의 사람들의 영적인 반응이 다를 때 그것을 그 지역을 다스리는 영들의 힘에 의한 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3) 한국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지역을 다스리는 정령이 있다는 생각에 익숙해 있어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의 전통적 이해와 어우러져 빠져 들어 기도와 금식을 하면서 그 지역의 영들과 싸우라는 말에 쉽게 반응한다.
2. 성경의 가르침 구약에 천사가 일정한 지역을 하나님의 통제 가운데 다스리는 것을 확대해 일정지역을 다스리는 영적 존재가 있고, 또 어떤 악한 영들도 일정 지역을 다스릴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일면에선 성경적 근거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근거가 없다.
먼저 다니엘이 기도하기로 한 첫날부터 응답받아 그에게로 온 천사가 “바사 왕국의 군주가 이십일 일 동안 ··· 막았으므로 ··· 거기 바사 왕국의 왕들과 함께 머물러 있더니, 가장 높은 군주중의 하나인 미가엘이 와서 ··· 도와주므로 ··· 왔다”(단10:12~14)는 말과 연관해, 특히 바사 군이 페르시아 왕국을 수호하는 수호 영(the guardian spirit of the kingdom)이라고 보려는 해석이 있으나,4) 그렇게 본다고 해도 그 민족들과 연관된 것이지 그 지역의 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특히,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구속 사역을 이루신 것에 대해서 골로새서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를 거스르고 불리하게 하는 법조문으로 쓴 증서를 지우시고 제하여 버리사 십자가에 못 박으시고, 통치자들과 권세들을 무력화하여 드러내어 구경거리로 삼으시고 십자가로 그들을 이기셨느니라”(골2:14, 16) 이 말씀에 의하면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서 “통치자들과 권세들”, 즉 악한 영들을 쳐서 이기시고 그들을 무력화하여 그 정체를 드러내시고 그들을 구경거리로 삼으셨다고 한다. 이 세상의 눈으로는 십자가를 그렇게 이해하지 않지만 (그것은 불신의 눈으로 볼 때 그런 것이고), 하나님의 관점, 즉 영적인 눈으로 볼 때는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이미 악한 영들에 대해서 승리하셨다는 말이다.
이것에 대해 에베소서에서는 그리스도의 부활과 승천으로 이미 “만물을 그의 발아래 복종하게” 하셨다고 말한다(엡1:20, 21). 우리들은 이 말씀들을 그저 비유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 또 결과적으로 그렇게 하실 것이지 아직은 그의 발아래 만물을 있게 하지 않으셨다고 할 수도 없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이미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매”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마28:18). 그리스도께서 결정적으로(decisively) 승리하신 것이다(계5:6~10 참조).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결정적으로 동터 왔다.
그러나 그 나라가 아직 극치에 이른 것이 아니다. 따라서 아직 사단과 악한 영들이 그 세력을 발휘하여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계16:13~14 참조). 그러나 이때 각 지역을 악한 영들이 지배하고 있다고 해선 안 된다. 그리스도의 승리 이전에 악한 영들은 이 땅이 자신의 것들이 아닌데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찬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으로 말미암아 그 세력이 결정적으로 패해 있는 이 상황에서 어떤 지역을 어떤 영이 지배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이를테면 그들은 곳곳에서 최후의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으며, 할 수만 있으면 택하신 자들도 미혹하려고 한다(마24:24; 막13:22). 그러나 그들은 이미 패배한 세력으로 그런 일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지역에 한정되어 있거나 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여러 사상과 이데올로기를 통해서 우주 전체에서 매우 교묘하게 그 활동을 할 수 있다.
3. 마치면서: 진정한 영적 전쟁을 위하여 대개 지역을 다스리는 영들의 존재를 말하는 분들은 우리가 영적 전쟁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문제는 이들이 말하는 영적 전쟁(spiritual warfare)이 성경이 말하는 영적 전쟁과 다르다는 데 있다. 그들은 영적 전쟁에 대한 논의를 상당히 경험적 자료와 비성경적인 원천에서 가져오고 있다.5) 그러나 성경에 의하면 모든 진실한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영적 전쟁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에베소서 6장 10~20절과 요한계시록이 말하는 영적 전쟁을 하는 사람들이고, 이런 영적 전쟁이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를 가장 잘 예증한 사람들은 청교도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영적 전쟁에 대해 자주, 그리고 아주 강하게 말하였다.6) 청교도들뿐만이 아니라 역사 가운데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은 항상 영적 전쟁을 해왔고, 그들은 말씀과 성령님께 의지하고, 그들의 왕이신 그리스도께 복종하여 나아갔다. 문제는 이런 진실한 그리스도인들이 행한 영적 전쟁은 와그너같은 사람들이나 신사도 운동가들이 말하는 영적 전쟁과는 다르다.
그러므로 오늘날 영적 전쟁을 가장 강조하는 와그너와 신사도 운동가들과 그들을 따르는 이들은 실질적으로 진정한 영적 전쟁에서 실패하고 있고 전선이 어디인지, 무엇이 우리의 해야 할 일인지를 오히려 모호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땅에서 이런 신사도 운동가들이 말하는 영적 전쟁이 아니라 성경이 말하는 진정한 영적 전쟁을 수행하여야 한다.
이 일을 위해 우리가 성경의 가르침에 충실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성경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른다면 일정한 지역을 악한 영들이 지배하고 있으니 그 악한 영들에 대항하여 영적 전쟁을 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과 활동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성경은 그리스도의 구속이 이 세상에서 악한 세력들을 이미 무력화시켰음을 분명히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런 영적 전투의 한 방법으로 땅 밟기 기도를 해야 한다는 주장들은 성경적 근거를 가지지 않는다.
둘째로, 우리는 온전히 성령님께 순종해야만 한다. 가장 온전한 인격이신 성령님께서 우리를 온전히 주관하시도록 해야 한다. 그 결과 우리는 날마다 성화되어 가장 온전한 인격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성령님에 의해 온전히 주관되는 사람은 이상한 황홀경에 빠져 이상한 예언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성령님의 주관 가운데서 가장 온전한 인격을 드러내는 사람들이다.
셋째로, 우리는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바르고 온전한 데로 돌아오도록 힘써야 한다. 믿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유일한 구속의 방도인 것을 믿고 하나님께 돌아와 온전한 사람으로 회복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여러 이단과 사이비적 가르침 아래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옳은 대로 돌아오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역을 지배한 영이 있다는 잘못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그런 비성경적 관념을 버리고 바른 성경적 가르침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도 그런 일의 한 부분이다.
1) C. Peter Wagner, “Territorial Spirits,” in C. Peter Wagner, ed., Engaging the Enemy: How to Fight and Defeat Territorial Spirits(Ventura, CA: Regal Books, 1991), 45.
2) Peter Wagner, ed., Breaking Strongholds in Your City(Ventura, CA: Regal Books, 1993).
3) Timothy Warner, “Dealing with Territorial Demons,” in Wagner, ed., Engaging the Enemy, 53.
4) C. Peter Wagner, Confronting the Powers(Ventura, CA: Regal Books, 1996), 173.
5) 이를 잘 지적하고 있는 John F. Hart, “The Gospel and Spiritual Warfare: A Review of Peter Warner's Confronting the Powers,” Journal of the Grace Evangelical Society 10/18(Spring 1997), available at: https://faithalone.org/journal/1997i/Hart.html.
6) 청교도들 중 대표적인 예가 윌리엄 거널, 『그리스도인의 전신갑주, 상, 하』, 원광연 역(고양: 크리스천 다이제스트, 2014); 존 번역, 『거룩한 전쟁』(The Holy War), 고성대 역 (고양: 크리스천 다이제스트, 2015)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청교도의 정신을 지닌 책으로 챨스 스펄전, 『승리가 보장된 싸움』(Spiritual Warfare), 강 산 역(서울: 터치북스, 2014)도 보라. 그리고 비교 신학 사리즈의 『영적 전쟁 어떻게 할 것인가?』, 한화룡 역(서울: 부흥과 개혁사, 2014)의 데이비스 포울리슨의 글도 보라.